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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돈 앞에 무너진 생존권, 급여화가 답이다

2024-12-04

혁신적 약물, 현실은 '비급여'

의료진도 묶이는 약가 족쇄

생존권 돈 아닌 기본권 돼야

치료 평등, 국가 책무 절실해

급여화, 이제는 결단할 시기

[동대구로에서] 돈 앞에 무너진 생존권, 급여화가 답이다
강승규 사회2팀장

폐암 치료의 혁신이라 불리는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 이 치료법은 뇌전이를 포함한 전이성 폐암 환자들에게 생존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기적과도 같은 약이다. 그런데 이 기적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급여'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다. 생명을 돈으로 재단하는 의료 현실이 만들어낸 부조리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구축된 의료 시스템을 자랑한다.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에게 의료 접근성을 제공하고, 비용 부담을 낮췄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혁신적 치료법이 환자들 사이에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경제적 격차 탓이다. 고비용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들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빚에 쪼들려 힘겹게 버티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가 의료 선진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가.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다. 특히 조기 발견이 어려워 많은 환자가 4기 진단을 받는다. 이들에게 오시머티닙 병용요법은 사실상 마지막 생명줄이다. 비급여 상태인 이 치료법은 극소수 환자에게만 허용된다.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은 비단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가 환자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진배없다. 생존 기회가 '돈'으로 결정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준홍 교수는 오시머티닙 병용요법을 두고 "효과는 탁월하지만 비용 부담 탓에 권유하기 어렵다"고 했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야 할 의료진조차 비용 앞에서 주저하고있는 셈이다.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자와 그 가족의 절망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고통받는 환자들을 앞에 놓고 약가 협상과 재정 논리를 내세우는 행정의 무책임함은 용납될 수 없다.

오시머티닙 병용요법 급여화는 단순히 환자 부담을 덜어주는 문제를 넘어선다. 생존권을 보장하고, 의료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와 보험 당국은 예산을 핑계로 급여화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 그 사이에서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고,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린다. 언제까지 비용 문제를 이유로 환자들의 삶을 방치할 것인가. 생존권이 재정 논리보다 우선임을 모른다면 이는 국가의 직무유기다.

폐암은 더 이상 절망만 주는 병이 아니다. 혁신적 치료법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환자들의 삶을 연장하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이 치료법이 특정 경제적 계층에게만 허용된다면 '의료 정의'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모든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국가 의무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는 이제 환자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논리를 넘어,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의료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급여화 논의가 더딘 동안에도 환자들은 치료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 생명을 돈으로 측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조속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오시머티닙 병용요법 급여화는 그 첫걸음이다. 시간이 없다.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행정은 멈춰야 할 타이밍이다. 생존 기회는 경제적 여건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바꾸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와 유관 기관은 환자들이 더는 기다리지 않도록, 의료정의 실현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앞으로는 환자 목소리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희망은 단지 혁신적인 치료법에서만 찾아선 안된다.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닿을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강승규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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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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