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춤꾼 배종석·장지영씨
버꾸춤 인터넷 조회수 1천회
남도한마당서 우수상 수상해
"같은 취미로 같은 길 걸어 행복"
'부부 춤꾼' 배종석·장지영씨가 최근 한 예식장에서 축하무대로 버꾸춤을 추고 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종석씨 제공> |
아파트 관리소장이자 자살예방 강사로 활동 중인 배종석(62·대구 북구 지묘동)씨와 무용강사 장지영(61)씨는 부부 춤꾼이다. 최근 예식장에서 축하 무대를 꾸민 이들 부부의 버꾸춤이 화제다. 버꾸는 농악기의 하나로 자루가 달린 작은북이다. 모양은 소고와 비슷하지만 좀더 크다. 예식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버꾸춤은 참석한 하객들에게 이색적이고도 특별한 감동을 선사해 큰 환호를 받았다. 좁은 무대에서 한 몸인 듯 노는 부부 춤꾼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한 인터넷 카페에서 조회수가 1천회를 돌파할 만큼 관심을 끌었다.
배씨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혼부부에게 길을 터 주듯 한판 신명을 풀었다"며 "우리 부부가 같이 공연한다는 게 좋은가 보다. 보기 좋다며 박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배씨는 30대 중반쯤 풍물을 먼저 배웠다. 단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야간과 주말이면 풍물(징, 꽹과리, 장구, 북)에 빠져 지냈다. 이후 대금, 날뫼춤, 버꾸, 반고까지 섭렵했다. 대구시 무형문화재 날뫼북춤 이수자이기도 한 배씨는 굿거리장단이 제일 좋다고 했다. 무용을 전공한 아내 장씨는 가야금, 장구, 태평소, 버꾸춤, 반고춤을 추는 것은 물론 작은 체구로 12발 상모까지 돌린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을 갖고 있어 주말이면 아파트 거실 벽면 대형거울 앞에서 연습한다. 봉사를 가기도 하고, 멀리 전라도로 경연대회에 나간다. 아내 장씨가 단독 공연이 있을 때는 남편 배씨가 아내를 위해 장구, 가야금 등을 챙기고 공연복을 다림질한다. 아내가 공연장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매니저 역할을 한다.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부부도 이따금 큰소리가 오갈 때가 있다. 배씨가 아내의 무용강습소를 찾아가 버꾸춤을 배우겠다고 한 2~3년 전부터다. 배씨는 농악을 했던 사람이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다. 마당에서 북을 메고 훨훨 신명 나게 날뫼북춤을 추던 사람이 한정된 무대에서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버꾸춤을 배우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자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배씨는 "살아가면서 힘든 부분이야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가 아니냐"면서도 "나이가 있으니 받아들이는 게 부족해 자주 싸웠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한천굿사랑에서 주관하는 제4회 남도 버꾸 한마당에 출전해 상금을 두둑하게 받기도 했다. 배씨는 북춤으로 우수상을, 장씨는 반고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부부가 함께 무대에 올라 버꾸 부문 우수상도 받았다. 배씨는 "전라도에 자주 가는데 거기 가면 배울 게 많다. 주말에 둘이 함께 여행하듯 간다. 일부러라도 가는데 경연 대회도 나가고 낙지도 먹고 술도 한 잔 한다"고 했다.
큰상을 받겠다고 작정하고 경연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무대에 서면 늘 긴장된다고 한다. 배씨는 "아내와 함께 무대에 올라가면 잘 풀리기도 하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잘하고 싶지만 '스승'과 함께 무대에 오르니 긴장돼 반대로 돌기도 한다"며 웃었다. 배씨는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니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젊지는 않지만 힘이 닿는 날까지 춤을 출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식 건사 후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나이에 부부가 같은 취미로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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