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113010001549

영남일보TV

[동네뉴스] "상구는 내 자식"…노인과 노견 20년 동행

2025-01-15

75세 이복이씨 인생동반자 사랑
주인에 버림받은 강아지와 인연
"생 끝까지 정성 다해 보살필 것"

[동네뉴스] 상구는 내 자식…노인과 노견 20년 동행
이복이(75)씨가 20년을 키운 반려견 '상구'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씨에 따르면 상구는 시바견과 진돗개의 교배종이다.

지난 6일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 앞에서 한 마리의 개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갈색 털의 중형 개는 식당 문 앞에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듯, 한참 동안 미동도 없이 있었다. 식당 주인은 "단골 할아버지의 개인데, 식사를 마칠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할아버지만 보며 기다린다"고 말했다.

'상구'라는 이름의 이 개는 태어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복이(75·대구 수성구)씨에게 맡겨졌다. 그 후 줄곧 이씨가 20년을 키워 올해 나이로 21살이다. 이씨와 함께 나이를 먹은 노령견( 老齡犬) 상구는 그야말로 이씨의 인생 동반자다. 이씨는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 상구를 위해 자식 못지않은 정성을 쏟는다"고 했다. 이씨는 상구를 위해 은어와 소고기, 오리고기 등의 특식과 주기적으로 예방주사를 맞히고 필요한 약은 제때 먹인다. 새벽 6시에 시작하는 첫 운동을 시작으로 하루 세 번 동네 산책도 빼먹지 않는다. 하루 두 시간 가까이 상구와 함께 걸으며, 이씨의 체력도 많이 길러졌다.

상구는 태어나자마자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픔을 가진 개다. 20여 년 전 이씨의 지인이 도랑에 빠져 있던 어린 강아지를 우연히 발견해 구조한 개가 바로 상구다. 이씨는 "처음 상구를 봤을 때, 어미 없이 떨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애지중지 잘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그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나이 많은 상구가 먼 길을 떠나면 영천 고향 땅에 묻어 줄 계획도 세웠다. 영천은 상구와 함께 지내면서 몇 년 전 상구보다 먼저 먼 길을 떠난 친구 개가 묻힌 곳이기도 하다. 상구에 대한 애정이 지금도 계속 커진다는 이씨는 "개도 영리해 주인이 사랑하는 것을 다 알고, 베풀 줄도 안다"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상구, 자식이나 매한가지지요." 이복이 할아버지의 반려견 사랑은 끝이 없다.

글·사진=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