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해양열파 덮친 지구촌
온실가스 감축의 변화 절실
협력 없인 탄소중립도 먼길
기후위기 대응 마지막 기회
위기극복 위한 노력 필요해
정재학 영남대 교수 |
2024년 여름과 겨울에 나타난 이상기후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바다에서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서 수온이 급등한 후에 보름 이상 이어지는 해양열파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육상에선 극단적으로 돌변하는 기상이변이 인간과 자연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전 세계에서도 해양열파 현상이 가장 심각한 지역에 속한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적도 해역의 수준에 버금가는 고수온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해조류 생장이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양식장의 대규모 피해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보다 더욱 피부에 와 닿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추석에 기상관측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에서 폭염특보가 발령된 문제였다. 추석(秋夕)에 체감온도 40℃라는 지독한 폭염이 닥쳤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기후위기 문제를 포함한 지구환경문제를 다루는 가장 큰 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은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후재해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보고서인 '배출량 격차보고서(Emission Gap Report)'와 '적응 격차보고서(Adaptation Gap Report)'를 발간한다. 이들 보고서는 안타깝게도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재해 대비 모두에서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2024년 10월 말에 출간된 '배출량 격차보고서'의 부제목은 '제발 더 이상의 뜨거운 공기는 그만(No more hot air please!)'이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각국이 2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새로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량(NDC)은 5년 전에 제출했던 목표보다 대폭 증가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그 약속은 신속한 이행을 동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로 억제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는 물론, 2℃ 이하의 목표조차도 지켜낼 수 없게된다. 5년 전에 제출한 현재의 NDC를 지켜내는 정도로는 21세기 내에 지구 온도가 2.6∼2.8℃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각국이 시행 중인 정책만으로는 그 NDC조차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며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구 평균기온은 파리협정 목표를 훌쩍 넘어서서 3.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어버린다면 지구에서 다음 세대의 삶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문제는 유럽연합이 선도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의 기후학자인 히켈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유럽연합의 주요 선도 국가들조차도 지금 상태라면 탄소중립 달성에 도달하려면 20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하였다. 인류가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를 들여다보면 많은 측면에서 대단히 암울해 보인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극단적인 상황에 있다는 인식의 바탕 위에 국제사회가 협력의 손을 잡는다면 해결의 길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희망적인 뉴스는 8년 전 기후 위기는 사기극이며 신재생에너지는 쓸데없다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1월20일 임기를 시작하며 태양전지에 의한 발전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발표하였다. 위기가 커지고는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힘을 얻는다는 역사적 사실이 존재해 왔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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