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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제 곧 봄이 올 거예요

2025-02-26

[문화산책] 이제 곧 봄이 올 거예요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지난주, 칼바람을 뚫고 서울 아르코미술관의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전시를 보고 왔다. 작가는 후각과 시각을 공감각적 매체로 사용해 600여 편의 향기 메모리와 17가지 향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공간을 점유하고 있자니 은은히 스며드는 향기들이 봄에 대한 잊힌 기억과 감정을 자극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언제나 봄을 기다린다. 찬 바람이 서서히 물러가고, 코끝에 스치는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그 순간,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봄은 온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봄의 향기는 유난히 특별하다. 막 피어난 꽃에서 풍겨오는 싱그러운 향기, 봄비가 그친 후 나는 흙내음,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 오는 새싹의 풋풋한 향기. 이 모든 향기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봄의 공기는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학창 시절 교실 창문을 열면 느껴졌던 아침 봄바람의 상쾌함, 해질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맡았던 라일락 꽃내음, 소풍 가던 날의 설렘까지. 봄의 향기는 시간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대구미술관도 봄을 맞아 새로운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25일부터 시작된 '대구미술 1980-1989년: 형상의 소환' 전시는 격변의 시대,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는 전시이다. 그 시절의 색과 형상이 오늘날 우리의 시선과 어떻게 만날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리고 3월18일에는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선과 색채의 조화 속에서 봄의 리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봄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따뜻한 날씨에 이끌려 공원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길을 걷다 보면 지나온 계절들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그 길을 몇 번이나 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봄의 길은 매년 새롭다. 봄이 되면 미술관에도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고, 전시실 가득 부드러운 빛이 머무른다. 미술관 주변 산책로에도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고,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들이 춤추듯 흩날릴 것이다.

아마도 그곳에서 당신만의 봄의 기억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그 봄이 기다려진다. (나는 지난 두 달 동안 매주 수요일 '문화산책'에 글을 쓰며, 봄을 기다렸던 것 같다. 드디어 봄이다.)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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