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관세면제 전면 폐지… 전 세계 대상
대미 수출 부담 가중… 韓, 작년 美 철강수입 6위
美 경제 불확실성 증대… 증시 하락·인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남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에 불을 지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12일 0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1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관련 포고문이 공식 발효됐다.
이번 조치는 어떤 국가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집권 1기 때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도입했지만, 일부 국가와의 합의를 통해 면세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포고문으로 '예외'를 모두 철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이 미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면 25%의 관세를 부과된다. 알루미늄도 역시 기존 10% 관세를 25%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강철 제품이 국가 안보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2025년 3월12일부로 이 합의들을 종료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시 25%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제조용 원자재인 철강·알루미늄에 더해 볼트·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까지 포함된다.
한국의 경우, 기존에 적용되던 철강제품에 무관세 쿼터제(293만t)가 2018년 4월30일자 미 대통령 포고령 9740호 등 폐지와 함께 종료되면서,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32억 달러(약 4조6천억원)를 수출했다. 미국의 철강 수입국 중 6위를 기록했다.
알루미늄의 경우 10%의 관세를 부담하면서도 지난해 6억4천370만 달러(약 9천352억원)를 수출해 대미 수출국 중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관세 인상으로 부담이 두 배로 커질 전망이다.
다만, 한국 철강에 기존 '쿼터제'가 사라지면서 대미 수출량 증가 기회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확대와 맞물려, LNG 플랜트 기자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전반적인 대미 수출경쟁력 약화로 인한 업계의 불황 우려도 적지 않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자동차 등에도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이번 관세 정책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증시 폭락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관세를 부과하기 전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쌓아놓은 탓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3대 산업 원자재 가격이 몇 주 동안 계속 상승해 왔다"며 “이러한 가격 급등이 상당한 무역 역풍을 불러 미국 업체들이 외국 경쟁업체보다 점점 불리해지고, 기업 신뢰를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