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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저출산과 남성육아

2025-03-24
[월요칼럼] 저출산과 남성육아
김수영 논설위원
최근 한 모임에서 손주 봐주는 문제가 대화의 소재가 됐다. A가 "아들 부부가 임신을 계획 중인데 어머니가 애 좀 봐주면 안 될까 묻길래 나는 못 본다고 했다"고 한다. B가 "손주인데 좀 키워주지"하자 A는 "설치는 아들 둘을 남편 도움 없이 나 혼자 키웠는데 손주까지 또 키우라고. 못하지. 아들에게 네가 육아휴직 내서 키우라고 했어"라고 답했다. B는 "육아휴직 쓰면 직장에서 불이익 없는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심 A처럼 아들 둘을 둔 엄마로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상황이었기에 공감이 갔다.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대에 올라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년도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1천829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해 제도 시행 이래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2015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5.6%(4천872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과거 당연히 여성 몫이라 생각했던 육아에 남성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룩셈부르크는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스웨덴, 덴마크 등도 40% 이상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남성의 유급 육아휴직 사용 기간이 52주로 가장 긴 나라다. 그런데 육아휴직 비율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허울 좋은 정책만 있는 셈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공공부문, 대기업 등으로 한정된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자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많은 남성 직원은 아직도 인력 부족, 사내 분위기 등으로 육아휴직 사용에 머뭇거린다. 퇴사·승진 지연 등의 공포가 여전하다. 하루 벌어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에겐 더욱 먼 나라 이야기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이 기쁨·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되고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징벌이 되는 모성 페널티가 여전한데 남성에게 육아휴직은 쉽지 않은 결심이다.

육아에 대한 의식이 변했지만, 아직도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여성의 독박 육아는 경력 단절을 초래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어렵게 한다. 인구감소시대다. 육아 때문에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해선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그중 하나가 남성의 육아 분담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다. 남성의 육아와 가사 분담 확대가 출생률 제고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로 확인됐다.

출산율과 관련해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0.7명대까지 추락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소폭 반등했다. 통계청의 '2024년 인구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천300명으로 전년보다 8천300명(3.6%) 증가했다. 출생아 수 증가는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신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청년들에게 육아가 힘들지만, 가치 있고 즐겁다는 인식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육아 휴직할 때 회사의 눈치 보지 않고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 소득 감소 등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는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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