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올해 97만명 내년 100만명 돌파 전망
학습·지적활동 뇌건강 유지에 필수
인지건강 증진 프로그램 뒷받침돼야
고령층 절반가량 수면문제 겪고 있어
심혈관·뇌질환·정신건강 위험 증가
약보단 충분한 휴식과 깊은 잠이 보약
![[백세청춘] 수면장애·치매 관리, 건강한 노년 첫걸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5.3efbb3959695497ab4b3585752e12a8e_P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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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청춘] 수면장애·치매 관리, 건강한 노년 첫걸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5.1a8ab9666fb64e72954d07d72d13e4d0_P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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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청춘] 수면장애·치매 관리, 건강한 노년 첫걸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5.9f356159d52a4eb7904532439490cd27_P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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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길어졌다. 그러나 길어진 세월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이 흐려지고, 몸이 예전 같지 않으며,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저 세월의 무게라 말하지만, 우리는 묻는다. “이대로 괜찮은가?" 100세 시대, 이제는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건강한 기억과 선명한 정신, 힘 있는 두 다리로 남은 시간을 채워가기 위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답은, 지금부터 시작된다.<편집 자주>
◆100세 시대, 노인의 10% 치매…이대로 괜찮은가
대한민국은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한 노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치매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9.25%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여기에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비율은 28.42%로, 10명 중 3명에 달했다. 즉, 고령층 4명 중 1명 이상이 기억과 인지능력 저하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 유병률은 2016년 조사(9.50%) 대비 0.25%포인트 감소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절대적인 환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치매 환자는 9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6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44년 200만 명을 넘어, 2059년에는 234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급증이다. 2016년 22.25%였던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023년 28.42%로 6.1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치매 조기 진단의 활성화와 기준 세분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향후 치매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치매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위험이 커진다. 75세 이상에서 치매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85세 이상 노인의 경우 20%를 초과했다. 즉, 85세를 넘긴 노인 5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성별 차이도 뚜렷하다. 65~79세까지는 남성의 치매 유병률이 여성보다 높았으나, 80세 이후부터는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85세 이상 여성의 치매 유병률은 28.34%에 달하지만, 남성은 11.36%에 그쳤다. 이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길고, 배우자나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세청춘] 수면장애·치매 관리, 건강한 노년 첫걸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5.618862e7bc15464f8495d1e3c8ce4e87_P1.jpg)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치매 유병률 추이.<자료 보건복지부>
지역별 유병률을 살펴보면,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치매 발생 비율이 높다. 읍·면 지역(9.4%)과 도(8.5%) 지역의 유병률이 동(5.5%)이나 광역시(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의료 접근성과 생활 환경이 치매 예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치매 유병률을 가구 형태별로 분석했을 때, 독거 가구(10%)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4.9%)나 배우자 외 다른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5.2%)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교육 수준도 치매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사 결과, 학력이 낮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았다. 무학(21.3%)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가장 높았고, 고졸(2.6%)과 대학교 이상(1.4%) 학력층에서는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학습과 인지 활동이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학습을 지속적으로 하거나 새로운 지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뇌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육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노년층이 많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치매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을 지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치매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환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2022년 기준 국내 치매 관리 비용은 21조 6천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비용은 환자 수 증가에 따라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가족 돌봄 부담, 요양 시설 부족, 경제적 비용 증가 등의 문제는 이미 현실이 됐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 마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을 위한 의료 시스템 강화, 지역 사회 기반의 치매 돌봄 지원 확대, 고령층 인지 건강 증진 프로그램 개발 등 실질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면 부족, 노년 건강의 최대 적…“잠이 보약"
한밤중 깨어나 뒤척이던 그는 결국 병원을 다시 찾았다. 두통과 오한, 고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미 처방받은 약을 모두 복용했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뜻밖의 한마디를 건넸다. “숙면이 이 약보다 더 중요합니다."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잠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라고. 우리의 몸은 자는 동안 낮 동안 쌓인 피로를 회복하고, 면역 체계를 재정비한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체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인 것이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면 건강을 지탱하는 모든 시스템이 무너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고혈압, 당뇨, 비만, 소화기 질환 등 각종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원철 수면센터 교수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심혈관 질환 및 뇌 질환 위험이 2~3배 증가한다"며 “불안 장애를 비롯한 정신 건강 문제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나이가 들수록 숙면을 취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원인은 멜라토닌 감소에 있다. 멜라토닌은 해가 진 후부터 분비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생성된다.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 이 호르몬의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신경 기능 역시 약화되면서 수면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는 것이다. 국내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이 같은 수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는 “수면장애는 단순한 불면증을 넘어, 낮 동안 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수면 리듬이 깨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밤에 충분히 잤다고 해도 낮 동안 졸음이 쏟아진다면 이미 수면의 질이 크게 저하된 것이다.
노년기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수면장애가 흔하다. 바로 불면증과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증상을 포함한다. 새벽에 너무 일찍 눈이 떠지는 것도 불면증의 일환이다. 반면,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생체 시계가 앞당겨져 수면 시간이 전반적으로 조기에 형성되는 문제다.
이와 함께 수면무호흡증도 주목해야 한다. 이 질환은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에서 동반 된다.수면 시간 동안 호흡 이상이 5회 이상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기도 주변 근육이 약화되고 기도가 좁아져 발생하는 만큼,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경우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지며, 낮 동안 극심한 피로와 두통, 집중력 저하를 초래한다. 심할 경우 뇌졸중, 심장 질환, 당뇨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수면 부족은 비단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대근무자들 역시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우리의 몸은 빛과 식사 시간에 영향을 받아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데, 불규칙한 근무 시간은 이 과정을 방해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원철 교수 연구팀이 교대근무자 6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 실태 분석에 따르면, 그중 32.2%가 수면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여성 근무자들의 비율이 높았다. 이는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면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만성 피로와 우울감,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숙면을 위해서는 단순히 잠을 오래 자는 것보다 질 높은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수면을 위해 '수면 위생 습관'을 실천할 것을 권장한다. 우선,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적이다. 기상 시간과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생체 리듬이 안정된다. 반면, 술과 담배, 커피,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수면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몸이 이완돼 수면을 유도한다. 또 침실의 불빛은 최대한 어둡게 유지하고, 실내 온도는 약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 보조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멜라토닌 보충제는 취침 1시간 전에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바나나, 견과류, 우유 등 숙면을 돕는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잠은 그 어떤 보약보다 강력한 치유제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 부족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숙면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약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과 깊은 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