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구계1리 마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구계1리 마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구계1리 마을
“이제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됐어요."
28일 역대급 산불이 지나간 경북 의성군 구계1리 마을의 참혹한 모습을 드러났다. 고운사 입구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절반 가까운 농가가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검게 탄 잔해들이 마을 곳곳에 널려 있었고, 불길이 삼켜버린 논과 밭은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산불을 피해 간신히 몸만 빠져나갔다가 돌아온 주민들의 얼굴에는 절망과 슬픔만이 서려 있었다. 대피소에서 불안한 밤을 보낸 후 집이 온전한 지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돌아왔지만 주민들을 맞이한 건 처참하게 무너진 집터와 불길에 녹아내린 가재도구뿐이었다.
이 마을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김모(65) 씨는 불에 탄 집터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이 삽시간에 덮쳐 정신없이 대피하면서 집에 있던 물건은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이제 어디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눈물을 삼켰다.
산불 피해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마을 주변 야산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으며, 소방당국은 남아 있는 불길을 완전히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큰불은 진압됐지만,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집중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일부는 친척 집으로 임시 거처를 찾았지만, 대다수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피해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의 생계를 해결한 대책도 요원하다.
산불이 남긴 깊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겠지만 검게 탄 폐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주민들의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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