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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
의정갈등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발화됐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 무리한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수련과 교육의 현장을 떠났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각자의 일로 떠났고, 의대생들은 휴학하며 학교를 떠났다. 특히 의대생들은 복무기간이 긴 군의관보다 짧은 현역병으로 입대하려고 해, 러시를 이루고 있다.
1년2개월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동안 수술은 줄고 사망자는 늘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의료 위기 대응 과정에서 3조3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올 초 의사 배출이 1/10로 급감했고, 앞으로 지방 의료인력,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군의관 공보의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연유하는가? 아직도 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결정했는지, '2000명'이 어떻게 나왔는지 발표된 적이 없다. 의대별 정원 역시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국민들도 모르고 의대생들도 모른다. 그런데 정부는 2000명 늘렸던 의대 증원을 2026년에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앞으로 의대 정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상황논리만 있을 뿐, 백년대계는커녕 십년 대계도 없다.
필자는 정부의 의대 증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협상용'이라고 생각했다. 500~1000명 증원을 목표로 한 엄포용으로 봤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행한 대통령의 담화를 보면서 필자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대통령은 한 시간가량 2000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때 든 생각이 '이러면 나가리인데…'였다. 협상용도 아닌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숫자를 결정하고 밀어붙이면, 일이 성사될 수가 없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그 방면 전문가의 목소리를 반영하거나 아니면 그 방면 전문가를 등용하여 칼을 휘두르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라는 전문영역을 다루면서 의사들을 동반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임에도 그들을 범죄자나 도구로 취급했다.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을 떠나자, 법정 최고형에 처하겠다고 했고 계엄사령부는 전공의를 향해 '처단한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경험했다. 현재 시점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에 대한 탄핵 여부를 별개로 하더라도, 45년 만의 계엄이었고 듣도 보도 못한 계엄이었다. 경솔하고 성급하고 일방적인 계엄이었다. 의대 증원 2000명도 '의료계엄'이랄 만큼 경솔하고 성급했고 일방적이었다. 온 나라가 무리한 비상계엄으로 인한 사태를 수습하느라 바쁘듯이, 무리한 의대 증원 사태로 말미암아 의료계와 교육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의대 증원 사태는 원점에서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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