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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유권무죄, 무권유죄: 법의 공정성은 어디로?

2025-04-01
[시시각각(時時刻刻)] 유권무죄, 무권유죄: 법의 공정성은 어디로?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라는 말이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로 변한 것은 아닐까. 법 앞의 평등은 현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특히, 법치주의는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원칙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법이 차별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되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법은 정치적 권력이나 개인의 이익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거대 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1심에서의 징역형 유죄 판결을 완전히 뒤집고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법원의 판결이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보는 듯한 우리의 현실은 법적 안정성을 잃어버리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법원의 독립성과 법 해석의 일관성은 과연 존재하고 있는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극단적으로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사법부의 역할과 판결의 일관성에 대해 사회적 불신과 갈등이 들끓고 있다. 정치 권력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때, 법은 절대 공정하거나 독립적일 수 없다. 정치적 압력에 좌지우지된다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법 앞의 평등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중국 진나라의 명재상 상앙(商앙)이 하찮은 나무 기둥을 옮기는 일을 하게 하고도 약속한 상금을 줌으로써 백성들에게 신뢰를 지킨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이야기'는 법의 신뢰성, 즉 법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법의 해석이 법원과 판사에 따라 달라져 일관성을 잃고 사법체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현실을 접하며, 법의 기본을 생각하게 하는 이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중국 조(趙)나라에 세무를 담당하는 하급관리였던 조사(趙奢)가 왕의 동생이었던 평원군 조승(趙勝)에게 백성과 똑같이 세금을 내도록 한 일화는 법의 평등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조사는 평원군에게 법이 물러지면 나라가 약해져서 결국 멸망에 이를 수 있고, 위아래가 공평해지면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고 직언했다. 이처럼 그는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법불아귀(法不阿貴)', 법 집행을 산과 같이 엄중하게 하는 '집법여산(執法如山)'의 법치주의를 보여준 인물이었다.

국회 권력에 의해 법 앞의 평등이 왜곡되면, 사회적 불신이 증대되어 법의 권위가 약해지고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사회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법부의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치주의가 바로 서고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평등하다는 믿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서 지속적인 감시와 개선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 일관성을 잃고 우리법연구회라는 사조직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정치적 권력을 지닌 사람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어버리면, 우리 사회는 결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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