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402010000045

영남일보TV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2025-04-02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지난 3월 발생한 산불은 인명과 재산 피해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산불 피해 영향 구역은 서울 면적의 약 80%에 해당한다. 대규모 산불의 경우 복구에 최소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까지 걸릴 수 있다. 산불의 직접적 원인은 인재(人災)였다. 공유지(公有地)의 비극이다.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은 공유지에서 양을 키우는 목동들의 욕심으로 황폐화가 된 목초지의 우화를 들어서 1968년에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공유지는 시장에서는 공급이 되기 어려운 모든 공유자원을 말한다. 200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은 1990년에 발간한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에서 "공유지에 비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유지에는 희극도 있다"라고 했다. 그녀는 시장, 정부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유자원의 자치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였다. 공유지 문제를 해결해 온 주체는 '지역공동체'였다. 미국 바닷가재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메인주는 한때 남획 때문에 씨가 마를 위기까지 갔다가 어부들이 스스로 어획량을 조율하여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했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산림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마을이나 친족의 공유산림을 보호하거나 선산을 지키기 위해서 송계(松契)라는 자발적 자치기구를 조직했었다.

"도토리 한 알. 혼자서는 힘이 없다. 그러나 도토리가 흙을 만나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다르다. 울창한 초록의 숲은 시냇물 소리, 새들의 노랫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만들어 낸다." 장 지오노가 1953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오는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의 이야기다. 2018년 '책으로 마음 잇기' 행사에서 만난 한 청년에게 이 책을 선물했었는데, 그 청년이 언론에 기고한 서평이다. 최근 독립출판사 대표가 된 그 청년을 다시 반갑게 만났다.

양치기 부피에가 매일 밤 정성스럽게 골라 놓은 도토리 100개는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되었지만, 그의 땅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그곳이 공유지이거나 아니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오로지 더 많은 숯을 만들어서 팔고자 했던 욕심으로 황폐한 땅만 남았던 마을은 옛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젊은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 되었다. 지금 우리도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희극을 만들어보자. 오늘 밤 도토리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