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기체·불명확한 운항 규정…조종사 피로 누적은 방치
임차 중심 헬기 운영, 실적 우선 계약이 불러온 안전 사각지대
현장 리스크 아닌 시스템 리스크…항공안전 관리체계 전면 개편 시급

6일 오후, 대구 북구 산불 진화 중 추락한 민간 임차 헬기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조종사 1명이 숨졌으며, 노후 기체 운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영남일보 AI 제작>
산불 진화 작업 중 헬기 추락 사고가 잇따르면서, 항공 진화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조종사 실수나 기체 결함을 넘어서, 노후 기체 운용과 제도적 공백이 반복적인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두 건의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26일 경북 의성군, 그리고 4월 6일 대구 북구.
모두 산불 현장에서 민간 임차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특히 4월 6일 사고는 대구 동구청 소속 임차 헬기가 북구 서변동 이곡지 인근 산불 진화 작업 도중 발생했다.
사고 당시 상황은 이렇다.
오후 3시 32분 산불이 발생했고, 10분 뒤인 3시 42분 임무 투입된 동구청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대구소방은 즉시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3시 49분 추락 기체 조종사의 소사체가 발견됐다.
산불 주불은 4시 1분에 진화됐고, 추락한 기체의 화재도 4시 3분 완전히 진압됐다.
이후 4시 16분 재난실장 지시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항공세력은 전원 철수했다.
현재 지자체, 소방, 경찰, 군부대 등 긴급구조기관이 추가 현장 조치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번에 추락한 기체 역시 노후한 민간 임차 헬기였다는 점이다.
현재 산불 진화 체계는 국가 및 지자체 보유 헬기와 민간 임차 헬기를 혼합 운영 중이다.
이 중 상당수가 제작된 지 30년 이상 된 기종이다.
최신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임차 헬기의 경우 정비 주기와 점검 이력에 대한 실시간 통제 체계도 부족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산불 진화는 일반적인 비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물리적 부담이 가해지는 작전이다.
저공·정밀 비행, 연기 속 제한된 시야, 급격한 기류 변화 등은 조종사에게 극심한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조종사의 피로 누적에 대한 운항 시간 제한 규정은 여전히 모호하거나 느슨한 상태다.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이제는 이런 사고를 단순한 '현장 리스크'로만 볼 게 아니라, 진화 시스템 구조 자체의 결함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임차 방식의 한계와 노후 장비에 의존한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산불 진화 헬기 중 30% 이상이 도입된 지 30년을 넘긴 기체다.
이들 상당수는 매년 수십 차례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안전보다 실적에 초점을 맞춘 계약 관행과 낙후된 장비에 의존한 긴급 투입이 반복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화 작전의 신뢰가 흔들리면 결국 국민 전체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전기준 강화, 정비 기준 일원화, 조종사 휴식 보장, 기종 교체 로드맵 마련 등 전방위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