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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그단새] 숲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2025-04-22
[안도현의 그단새] 숲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경북 북부 산불은 역대급 마귀였다. 산봉우리를 뛰어다녔고 고속도로를 타 넘었다.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삽시간에 영덕 해안까지 집어삼켰다. 사람을 죽이고 가축을 몰살시키고 애써 가꾼 숲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원인이었다는 분석 따위 이제 듣기 싫다. 산불 재난 대응 방법으로 첨단 장비를 확충하고 임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예산 타령도 지긋지긋하다. 산림 정책의 전격적인 변화 없이는 아무리 세금을 쏟아부어도 산불 마귀를 잡을 수 없다.

1970년대 초 박정희의 대대적인 치산녹화 사업은 해외에서도 부러워하는 조림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은 대대적인 국가주도형 사업이었다. 이 무렵 아버지는 삽을 들고 자주 사방공사를 간다고 했다. 지난 50년 동안 가정용 연료가 나무에서 석탄과 석유, 그리고 가스로 대체되었다. 나무꾼이 사라졌으니 녹화사업은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덕분에 헐벗은 민둥산이 사라졌고 우리는 울창한 숲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숲은 비대해졌다. 50년간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힘입어 산림청의 위상도 높아졌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를 조사하고 향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산불이 난 산의 복원 계획을 문서화하고 있을 것이다. 복원이란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는 뜻이다. 산불 피해 지역의 산림 복원을 위해서는 국유림이나 사유림 가리지 않고 1헥타르당 1천만원이 넘는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가 필요할 것이다. 국가가 세금으로 산에 나무를 식재하고 산불이 나면 세금으로 불을 끄는 바보짓을 되풀이하지 말자. 여태까지 해온 국가 지원 조림 계획을 당장 중단하자.

올봄 경북 산불의 피해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소나무를 꼽는다. 경북은 산의 소나무 숲 면적이 전국에서 제일 넓은 지역이라고 한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류가 많은 숲에서는 소방헬기가 물을 뿌려도 지상으로 내려보내지 못한다. 촘촘한 솔잎이 우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소나무가 화약고라는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 한옥을 지을 때는 소나무가 가장 중요한 목재였다. 요즘은 소나무로 집을 짓지 않는다. 대들보와 서까래를 올리지 않는 건축물이 대부분이다. 산불 복원 지역에 또 소나무 묘목을 촘촘히 심는 멍청한 짓을 때려치우자.

활엽수와 침엽수를 섞어서 심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두고 심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자. 홍수를 예방할 정도의 부분적인 조림도 산을 푸르게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아예 산불이 난 산을 방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인위적인 복원보다 숲이 자연성을 회복하게 놔두는 것도 숲을 살리는 일이 된다. 강풍으로 불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녔다고 한다. 산불의 기세를 꺾는 구역별 방화 띠라도 구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숲을 경제적 가치로만 접근하는 습관을 버리자. 양질의 목재 생산을 위해 경제림을 조성하는 데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썼다. 산림 정책 입안자들은 산림의 자원화라는 개념부터 머릿속에서 모조리 지워버리자. 산을 제발 좀 건드리지 말고, 숲 앞에서 깐죽거리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어느 기업의 멋진 캐치프레이즈도 이제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숲을 홀쭉하게, 더 홀쭉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꾸 더 심고 가꾸겠다는 집착과 욕심이 산불을 키운다.
안도현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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