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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임성무의 ‘행복한 교육’…평교사의 40년 소박한 꿈

2025-06-02 06:06

평교사의 40년 소박한 꿈

임성무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입 상임대표 대구 화동초등 교사

임성무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입 상임대표 대구 화동초등 교사

나는 일찌감치 교장, 교감이 되거나 전문직이 되기를 포기했다. 나 같은 교사를 자발적 교포 교사라고 불렀다. 그 대신 평생 교사로 살기로 했다. 하지만 수많은 교사는 명예퇴직을 했고, 나처럼 정년까지 살아남은 평교사는 거의 없다. 그런데 영남일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려니 했는데 최근 5년간 대구 교장·교감 명퇴자가 99명(교장 63명, 교감 36명), 작년 한 해만 전국에서는 교감이 2,581명이 명퇴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 3월 인사 발령 자료를 검색해 보니 교장이 51명이 정년퇴직을 하고 17명이 명퇴를 했다고 나온다. 그중에서 초등 비율이 77.8%라고 한다. 기사에는 그 원인으로 교장·교감 승진 시 역할 변화·교권 추락·연금 혜택의 축소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무엇보다 교권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교내 최종 결정권자로서 책임도 커져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라고 했다. 승진을 꺼리는 교사들도 적잖다고 했다.


교육계 혁신학교 바람이 불면서 교장 공모제가 생겨나고 많은 평교사가 전직하지 않고 평교사로 교장이 되는 길이 열렸다. 그때쯤 나도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우동기 교육감 시절 비리 교장들 자리만큼 평교사를 교장으로 공모하는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단 한 학교에서도 평교사 교장 공모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나는 젊은 날의 자발적 교포 교사를 실천(?)한 정년퇴직 교사가 되었다. 누가 퇴직하면서 가장 아쉬운 게 뭐냐고 물으면 나는 내가 꿈꾸고 만들고 싶었던 학교 모델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이렇게 중간에 그만두는 교장이 많고, 교장 되기를 기피한다면 나처럼 학교 모델을 만들고 싶은 평교사들에게 길이라도 열어주었으면 대구교육의 다양성은 더 풍부해졌을 것이다. 내겐 헛꿈이었지만 제발 후배 교사들에겐 길 열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 번도 못 해본 교장을 해보기 위해 작은 지구생태시민학교를 만들어 교장을 해보려고 한다. 입학생이 있을까 싶지만 도전해 봐야겠다.


나는 오랫동안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온 '정치 고관여층' 교사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갖지 못한 정치적 금치산자이다. 대선, 총선, 지선 시기만 되면 '공무원 선거 정치적 중립 당부'라는 지시를 받는다. 수업이나 업무 중 정치적 중립성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일과 후에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교육감 선거에도 현직은커녕 휴직으로도 출마할 수 없다. 오직 명예퇴직을 해야 가능하다. 그러니 교육감 중 많은 이들이 교수 출신이다. 당연히 교육감 선거 때도 금치산자가 된다. 대선을 앞두고 6개 교원단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정치후원금 기부 허용, 정당 가입 보장, 공직선거 출마 권리 보장, 학교 밖 근무시간 외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40년 동안 나는 혹시라도 내가 정치활동으로 곤란해질까 겁이나 자기검열을 하며 살아왔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원 없이 해보려고 했지만, 그놈의 12.3 내란 때문에 그만 또다시 금치산자로 지내고 있다. 가끔 내 몸에서 정치 DNA가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는지 덜컥 겁이 난다. 나는 퇴직만 하면 교사라서 못해본 생활 정치, 기후 정치를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해보고 죽어야 인생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압축적으로 힘을 모아 동네 구의원에라도 출마해 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말하는 교사인 내가 딱하지 않은가? 내일이 대선이다. 일단 대통령 후보 중에 무엇보다 먼저 내가 요구하며 살아온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기후 위기 정책을 분명하게 공약한 후보를 찍을 것이다. 내 유일한 정치기본권인 투표라도 제대로 해야겠다.


나는 교육 운동을 하면서 꼭 만들고 싶었던 것이 민간 교육연구소였다. 지속적으로 대구교육을 생각하고 감시하고 실현하는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싶었지만 만들지 못했다. 연구소를 만들려면 사람과 돈이 필요한데 너무 힘든 일이어서 말만 하고 시간만 보낸다고 여기까지 와버렸다. 하다못해 일인연구소인 별의별 교육연구소라고 이름도 지어봤는데 퇴직이 코앞이니 헛꿈이 되어버릴까 아깝다.


이 모든 꿈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도 뭐 나라 꼴이 안정되어야지, 안 그러면 지난 6개월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것도 못 하다가 세월만 보낼지도 모른다. 드디어 너무 길고 길었던 여섯 달이 끝났다. 정치기본권을 다 가진 분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내일은 국민 말을 잘 듣고 일 잘하는 착한 대통령 좀 뽑아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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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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