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출신 이재명 22대 대통령 당선
TK출신 민주당 후보 당선에 정치 문법 파괴했다는 평가
TK 구애 이어간 이재명, 유의미한 득표율 기록
다만 협치, 민생 등 과제 산적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고서 시민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당선인은 이로써 대구경북(TK) 출신 최초의 민주당 대통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반면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여당의 지위를 다시 내주는 등 시련을 맞게 됐다.
이재명 후보는 3일 밤 11시50분쯤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자택을 나서면서 "아직도 개표가 진행 중이어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 섣부르지만 만약 이대로 결과가 확정된다면 국민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은 기존 정치문법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지역은 물론 한국 정치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보수텃밭' TK 출신이면서도 TK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쳐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이 대통령은 '민생'을 기치로 이번 대선에 나섰다. 특히 TK를 꾸준히 방문하며 '고향과 화해하는 정치'를 시도했다. 그는 대구 유세에서 "대구를 AI(인공지능)로봇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했고, 안동에서는 "(자신은)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의 물과 쌀, 풀을 먹고 자랐다"며 "부모님과 조부, 증·고조부, 선대 다 여기 묻혀 있고 저도 안동에 묻힐 것으로, 안동은 제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은 견고한 보수의 벽을 일부 허무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종 득표율이 나오지 않았지만, 출구조사에서 2022년 대선 당시 자신이 기록한 지지율을 넘어선 것.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보수정권을 거치며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오랜 기간 TK에서 정체된 지지율을 보였지만, 이번 이재명 후보의 당선은 지역 기반 정치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상징적 전환점'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전통적 보수텃밭인 TK에서 민주당 후보가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TK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까닭에 향후 TK에서의 민주당 정치 기반 확대 등 정치 지형 변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거대 여당 정권이 탄생한 탓에 이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민생정책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거대 여당의 지위가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거대 여당은 국정 추진의 동력이지만, 동시에 '성과'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거처럼 일방통행식 입법을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거대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한 속도전보다는 야당부터 설득에 나서는 등 국정운영을 위한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대야소' 국회 구조 속에서 이 대통령이 통합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가 향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무엇보다도 TK지역 내 민주당의 정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TK에 대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심도에 따라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더욱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어서다. 선거 과정에서 보여 준 이 대통령의 관심이 유지된다면 고착화된 정치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분석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서정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