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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나의 왼발

2025-06-05 18:23
강진규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남구지부 회장

강진규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남구지부 회장

얼마 전, 남매가 동요 콩쿨대회에 참가했다. 아빠인 내가 등을 떠민 무대였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이었지만, 감기에 걸려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며칠간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괜히 나가자 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노래하던 모습은 상보다 더 빛났다.


최근 읽은 책 '나의 왼발'은 이 생각을 더욱 깊이 새기게 했다. 장애, 상처, 소외의 시간을 견뎌낸 여섯 작가가 실패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사회가 실패라 부른 자리에서 그들은 묵묵히 삶을 일구고,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다시 연결됐다. 그들의 고백처럼, 실패는 우리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조각일 수 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그 순간 떠오른 이는 수천 번의 실패 끝에 전구를 만든 에디슨이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전구가 켜지지 않는 방법을 수천 가지 알아낸 것뿐이다." 오랜 실패의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를 위대한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봉사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실패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얼마 전, 저소득 가정에 밝은 LED 전구를 설치해드렸더니, 너무 눈부시다며 다시 원래대로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알았다. 선의가 언제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누군가는 그 일을 '헛수고'라 할지 모르지만, 나는 '배움'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과 시간을 내었고, 그 진심은 분명 어딘가에 닿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실패는 누군가에게 용기 내어 다가간 흔적이고,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오히려 값진 자산이다. 때로는 눈부신 전구보다,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빛이 더 필요한 법이지. 아빠는 너희가 상을 받아서 자랑스러운 게 아니다. 대회를 준비하며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딘 태도, 서로를 응원하며 끝까지 해낸 마음,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도전한 그 용기가 진정으로 자랑스러웠단다. 아빠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시간이었다.


며칠 뒤, 수상 소식을 듣고 가족이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을 때, 아빠는 문득 그 순간을 떠올렸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너희와 함께 웃으며 배운, 따뜻하고 용기 있는 시간이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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