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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2025-06-11 10:40
이승찬 홍금동물병원 대표원장

이승찬 홍금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에서는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를 정도로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문화와 시민의식도 성숙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 변화 이면에는 매년 약 9만~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열악한 보호소 환경에서 지내다가 안락사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럼에도 펫숍에서의 강아지 수요는 여전히 높다. 이러한 기형적 소비 구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비윤리적 번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부산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는 600여 마리의 개가 구조되었는데, 배설물로 가득한 뜬장에서 오직 번식만을 목적으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참혹한 현실이 드러났다. 이는 펫숍 유통망 유지를 위한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비극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보다 펫숍에서 판매되는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는데, 이는 이들이 병들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 탓이다. 그러나 대부분 치료만 받으면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문제는 이러한 최소한의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입양 기회를 박탈당하고, 결국 안락사 대상이 되는 유기동물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나와 아내는 2024년 11월부터 유기동물을 위한 수술 봉사 동물병원을 개원해 약 300여 마리의 유기동물을 수술하고 치료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유기동물들이 공격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대부분 이들은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더 조심스럽고 순한 성향을 보였다.


기억에 남는 사례 중 하나는 '꼬마'라는 이름을 가진 유기견이다. 슬개골 탈구가 심해 뒷다리를 거의 구부린 채 걸었고 입양 가능성은 극히 낮았는데, 치료 비용이 입양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꼬마'는 수술을 통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몇 달 후 건강을 되찾아 새로운 가정에 입양됐다. 이같이 유기동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불법 번식장을 철저히 단속하고 폐쇄하여, 펫숍으로 이어지는 공급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


둘째, 유기동물의 구조, 치료, 입양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국가가 마련하고 주도해야 한다.


현재 유기동물 치료는 민간 수의사 및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구조 활동과 입양 홍보도 대부분 시민단체나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구조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유기동물 치료를 위한 공공의료 예산 도입, 지자체 차원의 입양 연계 시스템 구축,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인식 개선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다. 국가와 지자체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개입하고 지원해야 하며, 반려동물 복지를 위한 법과 제도가 사회적 수준에 걸맞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기동물 한 마리의 삶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지만, 이는 결국 구조적 문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제도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찬 홍금동물병원 대표원장

이승찬 홍금동물병원 대표원장

이승찬 홍금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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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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