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은 지난 수십 년간 'TK 화수분'의 변함없는 지지를 자양분 삼아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해왔다. 그런 TK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일각에선 '차갑게 식은 TK'라고 한다. 텃밭의 경고는 여느 것과 다르다. 절박하면서도 최종적인 신호다. 혁신위원장이 사퇴함으로써 마지막 쇄신의 밥상을 걷어찬 국민의힘으로선 폐점 직전의 '라스트 오더(Last Order·마지막 주문)와 같다.
리얼미터가 어제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한 주 전에 비해 1.2%P 낮아진 28.8%였다. 정당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일깨운다. TK도 예외 없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45.7%였다. 한 달 전 김문수 후보 득표율과 비교하면 20%P 이상 줄어들었다. 민주당과의 격차가 3.3%P에 불과하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더 심각하다. 국민의힘 TK 정당지지율은 35%로 전주보다 6%P 떨어졌다. 김문수 후보의 이 지역 득표율이 한 달 새 반 토막 난 것이다. 심지어 지난 2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TK에서 국민의힘(34.7%) 지지율이 민주당(43.2%)에 역전 당했다.
이런 데이터가 TK여론을 정확히 반영하거나 지속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TK여론은 보수회귀 본능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을 향한 TK민심은 '분노'와 '체념' 사이 그 어디쯤에 있다. 분노할 힘과 애정이 남아 있을 때 '라스트 오더'를 내밀어야 한다. 마지막 주문은 '변화' '쇄신'이다. 그런데 텃밭 TK 정치권의 위기감이 크지 않다. "바보야, 문제는 TK야!"라는 TK 스스로의 절규가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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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다는 당권이라는 것을 또 보여준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안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이 고강도 혁신에 나설 경우 당내 반발로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너무 빨리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당 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혁신위원장 수락 직후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직전의 코마 상태에 놓여 있다"며 고강도 혁신의지를 밝힌 지 5일만에 사퇴하다보니 안 의원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것이 당 대표 출마를 위한 시나리오의 하나였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지난 대선 때부터 국민의힘, 특히 중진들은 대선 승리보다 차기 당권에 더 관심이 많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도 당원들의 입에 비슷한 사례로 오르내릴 것이다. 친윤계 뿐 아니라 친한동훈계 의원이 안 의원 비판에 가세한 것 역시 당권 경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유권자가 국민의힘에 요구한 것은 혁신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입으로만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지역·세대를 아우르는 체질 변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혁신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혁신은 사람과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당대회의 목적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이끌 사람을 뽑는 것이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궤멸되지 않고 보수정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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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폐업 100만명, 민생쿠폰보다 근본 대책 필요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한숨섞인 이야기가 엄살이 아니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었다. 폐업률은 9.04%로 2020년 코로나(9.38%) 이후 최고치다. 업종별로는 서민형인 소매업(29.7%)과 음식점업(15.2%)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대구의 지난해 폐업자수도 4만910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코로나 시기에도 3만명대였으나 2023년 4만526명으로 급증한 뒤 더 늘었다.
이재명 정부가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 소비심리를 살리기로 한 것도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서 쿠폰을 사용할 수 없게 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바람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2021년 문재인 정부도 같은 이유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사용했지만, 반짝 경기진작에 그쳤다. 오히려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사가 잘되는 소고기집의 매출이 증가한 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영세 음식점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민생쿠폰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대책이 아니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대내외적인 경기침체 탈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율관세는 이미 관련 업계 전반을 침체시켰으며, 앞으로 관세협상이 불리하게 결정되면 끝모를 경기침체의 쓰나미가 덮쳐 올 것이다. 진입 문턱이 낮은 커피점·치킨점·편의점에 쏠린 자영업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폐업의 첫번째 원인으로 손꼽히는 최저임금결정에도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반도체와 방산 등이 대한민국경제를 앞에서 이끄는 주역이지만, 자영업자들이 밑바닥에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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