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겁주는 검찰의 비밀병기, 이현령 비현령 경제형벌. 배임죄를 수식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배임죄가 유난스럽긴 하다. 상법상의 특별배임죄, 형법의 일반·업무상 배임죄 외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도 배임죄가 규정돼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며, 처벌이 과도하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처벌 규정이 없다. 배임에 해당하는 사안을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사기죄로 다룬다. 독일은 형법상 일반배임죄만 있다.
범죄 구성 요건도 모호하다. 검찰의 자의적 잣대로 밉보인 기업인을 겁박하는데 딱 유용하다. 오롯이 '경영적 판단'이 회사 손실로 이어지면 배임죄 그물망에 걸린다.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경영 판단의 원칙'은 1829년 미국 루이지애나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됐다. 경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배임죄 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선봉에 섰다. 김 의원은 지난달 15일 상법의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형법도 개정해 "경영자가 이해충돌 없이 최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한 경우에는 배임죄 적용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배임죄를 신속하게 정비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관련 법안의 9월 정기국회 처리를 시사했다. 정부는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배임죄 우려 때문에 투자가 위축된다면 일자리까지 나쁜 '도미노 현상'이 미칠 수 있다. 이제 기업인들이 배임죄 굴레에서 벗어나려나.
박규완 논설위원

박재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