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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픽] 문학 향기·별빛·산책길… 청송·영양에서 만나는 주말의 여유

2025-08-14 18:47
영양군 주실마을 전경 <영양군 제공>

영양군 주실마을 전경 <영양군 제공>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향,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은 돌담길과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집성촌이다. 조선 중기 한양 조씨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이 마을에는 지훈문학관이 자리해 있다. 문학관 안에는 시인의 육필 원고, 유품, 사진이 전시돼 있어 청록파의 시세계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마을 곳곳에는 그의 시구를 새긴 시비가 서 있어 산책길이 곧 시 읽기가 된다. 옥천종택, 창주정사 같은 고택과 함께 걸으면 시간의 흐름이 한층 느려진다.


마을의 매력은 한낮보다 해질녘에 빛난다. 저녁 햇살이 돌담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으면, 담장 너머 감나무 잎사귀와 장독대가 붉게 물든다. 가끔 들려오는 닭 울음과 마을 어르신들의 대화 소리가 배경 음악이 된다. 시 한 편을 읊조리며 걷다 보면, 도시에서 잊고 지냈던 '느림'이 마음 속에 스며든다.


영양자연생태공원 캠핑장 전경 <영양군 제공>

영양자연생태공원 캠핑장 전경 <영양군 제공>

마을에서 차로 30여 분 남짓 이동하면 전혀 다른 주말 풍경이 펼쳐진다.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에 있는 영양자연생태공원 캠핑장은 수하계곡과 금강소나무 숲을 곁에 둔 자연형 캠핑장이다. 50여 개의 캠핑 사이트와 화장실, 샤워실, 취사장 등 기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초보 캠퍼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해가 지면 고개를 들어 은하수와 별무리를 감상한다. 이곳은 아시아 최초의 국제 밤하늘보호공원 구역 안에 있어, 별빛을 보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밤하늘의 별은 캠핑장의 가장 큰 선물이다. 불빛 공해가 거의 없는 고장이라, 은하수 띠와 별자리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캠프파이어를 피우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바라보는 하늘은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낮에는 수하계곡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인근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에서는 수백 년 된 소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 산책이 가능하다.


1박 2일 코스라면, 첫날 오후 주실마을에 도착해 문학관과 고택 골목을 천천히 거닌다. 늦은 오후 캠핑장으로 이동해 텐트를 치고,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저녁을 준비한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주변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걸으며 숲 내음을 느낀다.


청송군 주왕산 계곡길 <청송군 제공>

청송군 주왕산 계곡길 <청송군 제공>

청송군 주왕산 계곡길 <청송군 제공>

청송군 주왕산 계곡길 <청송군 제공>

여기에 하루를 더할 수 있다면, 청송군 주왕산 산책을 추천한다. 국립공원 제12호인 주왕산은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절벽과 옥빛 계곡물이 어우러진 산세로 유명하다. 특히 가벼운 코스인 주왕계곡길은 1~2시간이면 천천히 왕복할 수 있어, 등산 초보도 부담 없다. 기암·절벽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제1폭포, 제2폭포, 제3폭포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여름엔 계곡물의 시원함이, 가을엔 단풍의 화려함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주왕산 인근 식당에서 송이·더덕·청송사과를 곁들인 한정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주실마을의 문학적 감흥, 수하리 캠핑장의 별빛, 주왕산의 청량한 산책길이 어우러진 이 여정은,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남는 주말의 기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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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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