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기간 차이가 주된 원인
“24개월로 단축땐 가겠다” 95%

현역병을 선택하는 의대생이 늘어나며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담은 일러스트.<챗GPT 생성>
의정 갈등 이후 의대생들이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대신 현역병을 택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드문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정부의 병역·공공의료 정책 전반에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특히 지난해 6월 기준 대구경북 배치 대상인 보건지소 217곳 중 85곳이 공보의를 받지 못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가 최근 병무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한 달에만 592명이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올 상반기 통틀어서는 2천430명이 입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천537명)보다 1.6배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 이후 누적 인원은 3천967명에 달했다. 의정 갈등 이전인 2021년에는 214명, 2022년 191명, 2023년 267명 수준에 머물렀던 현역병 입대자 수가 지난해부터 폭증한 것이다.
대공협은 복무기간 차이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공보의와 군의관은 36개월을 복무해야 하지만 현역병은 18개월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공협 설문에서도 공보의·군의관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29.5%에 그쳤으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희망 비율이 94.7%로 치솟았다.
정부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국군의무사관학교 신설 계획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공의료사관학교'와 맞닿아 있는 구상이다. 군의관 배출을 포함한 공공의료 인력 체계를 새로 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계는 "새 제도를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공보의·군의관 제도를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지난 5월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2029년 이후 군의관·공보의 절벽이 불가피하다"며 복무 단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국방부의 태도다. 국방부는 의무장교뿐 아니라 일반 장교·부사관 지원자도 줄고 있어 병역제도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대구 의료계 관계자는 "육군 일반병은 18개월에 월급 165만원을 받지만 공보의는 36개월을 복무하면서도 206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복무기간 불균형과 처우 개선 없이는 사관학교 신설도 '무용지물'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