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매우 굴욕적인 불평등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어제자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불평등 계약' 중 충격적 내용을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첫째,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이 WEC 측에 넘어가도록 규정됐다. 둘째, 우리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도 WEC 측의 사전 검증을 받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한 독소조항도 포함됐다. 셋째, 이 계약의 존속 기간이 무려 50년이나 된다.
대한민국의 '원전 중심축' 대구경북으로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동해안 원전벨트에는 한수원 본사를 비롯 협력업체와 연구시설이 밀집, 전력 생산뿐 아니라 설계·운영·인력 양성까지 모두 수행하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수출형 원전 프로젝트의 전초기지나 다를 바 없다.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SMR의 개발과 실증 경험은 경북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에는 고정밀기계가공, 제어기술, 내열금속가공 등 원전 기자재 핵심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이 즐비하다. 경북대, 포스텍,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은 원자력공학 및 에너지 관련 학과를 통해 꾸준히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기술력과 인프라는 원전 수출 경쟁력의 핵심자산인 셈이다.
이번 굴욕적 계약으로 원전 르네상스를 향한 대구경북의 꿈과 미래비전에 '50년 족쇄'가 채워진 셈이다. 원전 1기당 건설비 10조원 중 3분의 1 남짓만 핵심설비 비용인데 이를 다시 WEC와 나눠먹는다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조급한 성과주의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 정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 이를 공개하고 신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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