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벽·낡은 싱크대 사라지고 환한 새집으로
취약계층 맞춤 집수리, 다문화가정에도 희망 심어
서구청, 2026년까지 2천 가구 지원 목표

지난 28일 대구 서구 원대동의 한 주택에서 박정숙씨가 바닥을 만지며 주거환경개선 사업 전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민기자.

박정숙씨 방의 주거환경개선 사업 전후 모습. 서구청 제공·박영민 기자.
"돈도 돈이지만, 혼자선 엄두도 못 낼 일이지요. 벽지부터 싱크대까지 싹 바꿔주니 살맛이 납니다. 이렇게 구청에서 집 수선을 도와주니 고맙기 그지없네요."
지난달 28일 대구 서구 원대동 한 단칸방. 박정숙(여·89)씨는 새로 시공된 바닥을 어루만졌다.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수년간 홀로 살아온 그는 곰팡이가 핀 벽과 눅눅한 장판에서 지내왔다.
최근 집 안 공기가 확 바뀌었다. 대구 서구청이 추진하는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복지사각지대 등 주거 위기 가구에 집수리를 해주는 프로젝트다. 사업 전·후를 비교해보면, 생활 동선을 고려한 맞춤형 주거환경이 제공된 게 확연하게 눈에 띈다. 얼룩으로 검게 변했던 벽지는 흰색으로 산뜻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낡고 거뭇하던 싱크대는 광택이 났다. 어둡고 칙칙했던 방은 몰라보게 밝아졌다.
박씨는 "처음 구청에서 벽지랑 싱크대를 무료로 바꿔준다고 했을 땐 반신반의했다. 잠깐 친구네서 머물다 오면 다 알아서 해준다고 했다. 막상 다 끝나고 와서보니 기분이 참 좋아졌다. 구청에서 이런 일까지 해주는 걸 보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8일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베트남 국적 누옌타오누옌씨가 새롭게 시공된 문을 만지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박영민 기자.

누옌타오누옌씨의 집 창호 전후 모습. 서구청 제공.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다문화가정에도 희망을 줬다. 베트남에서 온 누옌타오누옌(여·42)씨는 최근 감사 인사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서구청에 전달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서다. 이 사업으로 30년 된 가구들이 교체되며 집 안 곳곳이 환해졌다. 삶의 질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확 바뀐 주방을 가리키며 "아이도 너무 좋아한다. 집이 깨끗해지니 3층에 사는 아이들도 놀러 오기 시작했다"고 배시시 웃었다. 이어 "예전엔 후드는 아예 사용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제대로 요리도 할 수 있다. 최근 본국에서 친구들이 찾아왔는데, '잘 살고 있다'고 말해줬다.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넘 좋았다"고 했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대구 서구지역내 총 1천200여 가구가 새단장을 했다. 투입된 예산만 47억원에 달한다. 서구청은 올해만 400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350가구는 구청이 직접 집수리를 했다. 나머지 50가구는 한국에너지재단과 협력해 단열 시공과 냉방시설을 개선했다. 서구청은 2026년까지 2천가구 지원이 목표다.
대구 서구청 측은 "서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취약계층 비율이 높아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주거환경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되고, 취약계층일수록 작은 변화가 큰 힘이 된다. 앞으로도 만족도가 높은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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