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902022182809

영남일보TV

[토크 人사이드]“암 치료 방향 놓고 환자·가족 갈등…객관적 판단 상담醫 필요”

2025-09-02 21:25

40년 외길 老의사 ‘역할 확장’ 실험…임재양 외과 임재양 원장
2000년대 들어 유방암 환자 폭증
환경 오염-먹거리 변화가 주원인
한옥병원 짓고 채식 위주로 제공

도시화 앞선 日 유학은 그 연장선
은퇴 대신 인생전환이란 길 선택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대구 중구 임재양외과에서 임 원장이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 중구 삼덕동 골목 안, 기와 지붕이 얹힌 한옥 병원. '임재양 외과(유방암·갑상선 검진 클리닉)'라는 간판은 내걸려 있지만 문은 닫혔다. 지난 8월 30일 마지막 환자를 진료한 뒤 병원을 정리한 임재양(71) 원장은 다음 날 오전 비행기로 일본 도쿄로 떠나 1년간 생활한다. 의학과는 무관한 게이오대학 법·정치학부 방문연구원 자격이다.


출국을 앞둔 지난 29일, 기자와 마주 앉은 그는 "퇴직이 아니라 전환"이라고 했다. "저는 은퇴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여전히 환자 곁에 있지만, 환자를 대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또 "문을 완전히 닫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대구로 돌아와 급한 환자나 미리 약속된 환자들은 계속 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원장은 진료실에서 잠시 물러나지만, 환자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의사의 또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칼을 놓고 상담으로"…다섯 번째 전환


임 원장은 외과 의사로서 40년을 살았다. 처음엔 수술에 매달렸다. 하지만 전 국민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저수가와 높은 위험 부담 때문에 개인 병원에서 외과 수술을 지속하긴 어려웠다. 방향을 바꿔 '유방외과'로 정체성을 옮겼다. 당시만 해도 유방암 환자는 많지 않았지만 "환자가 없는 시기에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다"는 각오로 진료를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유방암이 폭증하며 여성암 발생 1위로 올라섰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서구화된 생활 스타일, 환경오염, 먹거리 변화가 유방암의 주원인입니다." 그는 골목 안에 환자를 위한 한옥 병원을 짓고, 채식 위주의 요리를 제공하며 '먹거리와 건강'을 접목한 진료를 시작했다. 책도 내고 강연도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폐암·췌장암·대장암 등 환경 관련 암은 여전히 늘었다. "개인 생활습관만으로 다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고도화되는 산업화, 플라스틱 범람, 도심 재개발, 기후 위기…. 인간의 건강은 생태계 붕괴와 직결돼 있습니다."


이번 일본 유학은 그 연장선이다. 그는 네 번째 전환을 지나 다섯 번째 길목에 서 있다. "앞으론 수술이나 치료보다 의사결정 상담에 집중하려 합니다. 암이나 난치병 앞에서 환자와 가족이 '치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때, 경험 많은 의사가 득실과 위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에선 그런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환자 1명당 1시간 상담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은 닫았지만…환자와의 끈은 유지"


이번 유학으로 병원 문을 닫았지만 완전한 단절은 아니다. 이미 예약된 환자들이 있어 한 달 뒤 일본에서 잠시 귀국해 진료를 볼 계획이다. "35년간 믿고 찾아주신 환자들을 하루아침에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씩 환자를 줄여가며 새로운 형태의 진료로 전환할 겁니다."


그에게 병원은 환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직원들과의 약속도 있다. 직원 5명은 모두 수십 년을 함께했다. "제일 오래된 분은 35년을 같이했습니다. 가족이나 다름없죠. 급여는 그대로 지키고, 병원 품격은 더 올리자고 했습니다. 예전엔 바빠서 환자 말을 끊고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그게 환자에게 상처가 됐을 겁니다. 이제는 더 보듬어주자, 더 정성껏 환자를 대하자고 했습니다."


상담 진료는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돈보다 의미'를 택했다. "사실 상담을 하면 제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얼마 안 됩니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오히려 익명으로 기부를 하기도 합니다. 그 마음이 제겐 큰 힘이 됐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건강한 먹거리와 생활습관 개선을 강조해왔다. 현미 채식, 조리법, 음식 섭취 시간까지 연결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먹거리가 잡히면 생태계가 바뀝니다. 건강한 농산물, 집밥, 환경호르몬 줄이기… . 결국 사회 전체 문제로 가야 합니다."


◆"왜 일본인가…현장에서 배운다"


일본을 택한 이유는 '현장성'이다. "겉은 번듯하지만 도시화가 앞서 있어 먹거리·공기·플라스틱 문제는 일본이 훨씬 심각합니다. 거대한 연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초 조사와 네트워크를 놓고 싶습니다. 일본의 전문가·시민들과 만나서 어떤 공기를 마시고, 어떤 물을 쓰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부터 기록할 생각입니다."


그는 일본 사회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라고 했다. "일본은 이웃이지만 다른 점이 많습니다. 왜 사회가 질서 있고 깨끗한지, 왜 노벨상을 많이 받는지, 우리와 다른 점이 뭔지 직접 보고 싶습니다. 배워야 할 것도 있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9월부터는 매주 '통신'을 써 주변에 전할 계획이다.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골판지 침대를 도입하며 재생 건축의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무너진다'며 조롱만 했죠. 골판지 침대가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유를 갖고 개최했으며 이런 대규모 행사를 우리가 한다면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하는지 이웃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새로운 인생 2막, 듣고 설명하는 의사로"


그는 노년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요양병원 진료도 필요하지만, 암·난치병·노인병 치료 방향을 놓고 갈등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의학적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상담 의사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대학병원도 제도에 쫓겨 그런 역할을 못합니다."


서울대 의대 67학번 출신 원로 의사들이 '67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방문진료팀을 운영하는 사례도 들었다. "삼성·아산 원장을 지낸 의사들이 가방 하나 들고 서울 시내에 방문 진료를 갑니다. 그게 얼마나 큰 감동인지 모릅니다. 지역에도 그런 의사, 그런 선생이 있어야 합니다."


임 원장은 자신이 세운 '한옥 병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병원이 병만 고치는 곳이어선 안 됩니다. 유방암 원인을 찾다 보니 먹거리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고 가르치는 공간으로 넓혔습니다. 지금은 회원이 100여명 넘고, 전국에서 강의 요청이 옵니다. 치료와 교육, 모임이 함께하는 공간이 된 겁니다."


대구라는 지역성에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구는 결코 촌이 아닙니다. 마음만 열면 세계가 들어옵니다. 일본에서 쌓은 인맥과 지식을 대구와 나누겠습니다. 나 하나의 출발이 작아 보여도, 그게 사회를 성숙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대부터 지금까지 군대 빼고는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은퇴 후 산에 간다, 취미를 한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돈이 아니라 의미, 치료가 아니라 상담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싶습니다."


그는 이번 일본행이 단순한 '유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부족했던 것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돌아와서는 환자 한 명 한 명과 깊이 대화하며 조언하는 의사로 남겠습니다. 은퇴 대신 전환, 그것이 제 길입니다."


메스를 내려놓은 자리에 대화를 올려놓겠다는 노(老) 의사의 결심. 병원 문은 닫혔지만, 환자와의 인연은 이어진다. 그의 일본행은 '돈보다 의미, 치료보다 상담'이라는 메시지를 한국 의료계에 던졌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