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골든타임 놓칠 위기, 지역민 생명 직결된 구조적 문제
잡무 과중·교육 기회 부족·생활 인프라 열악…지방 기피 3대 요인
서울은 70% 넘겼지만 대구는 54.9%…격차 더 커졌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제공
대구경북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충원난을 겪고 있다.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일부 복귀했지만 충원률은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니다. '왜 젊은 의사들이 지방 수련을 기피하는가'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진중하게 고민할 때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전국 전공의 정원은 1만5천925명이다. 이 중 실제 충원된 인원은 1만305명으로, 충원률은 64.7%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직전 수준(76.2%)에도 못 미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정원 7천261명 중 5천111명을 채워 70.4%를 기록했다. 광주는 69.0%, 경기는 64.5%, 울산은 64.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대구는 정원 1천154명 중 633명만 채워 54.9%에 불과했다. 경북도 61명 정원에 37명(60.7%)만 충원됐다.
이 같은 수치는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을 상징한다. 서울의 이른바 '빅5' 대형병원(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의 경우, 정원 3천800명 중 2천809명을 채워 73.9%에 달했다. 올해 하반기 신규 선발만 2천180명으로, 전공의 복귀의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집중된 셈이다. 반면 대구경북 전체 충원 인원은 670명에 그쳐 모집정원에 절반 남짓한 수준이다.
전공의들이 지방 수련을 기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대구경북 지역 수련병원은 인력 자체가 부족해 전공의 1인당 당직 횟수가 많다. 교육·연구 기회 격차도 있다. 서울 대형병원은 풍부한 수술 케이스와 최신 의료장비, 다양한 연구 네트워크를 제공하지만, 지방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기회가 제한적이다. 전공의 입장에선 미래 진로를 위해 수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생활 인프라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 근무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주거·문화·가족 생활 측면에서 불편이 크다는 것. 실제대한전공의협의회 설문에서도 지방 근무 기피 사유로 △교육 기회 부족(32%) △열악한 근무 환경(28%) △생활 여건 불편(20%)이 주된 이유였다.
이같은 지방근무 기피현상은 대구경북의 고령화·저출생 문제와 맞물리면서 필수의료 공백을 심화시킨다. 대구경북은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분만·소아·외상·응급 분야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다. 그러나 전공의 부족으로 야간 응급실이 가동되지 못하거나,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전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사 인력난 부족을 넘어 지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젊은 의사들이 지방 수련을 기피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역 의료 기반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 병원의 근무환경 개선, 교육 기회 확대,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