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잡방·음식디미방, 학술적 가치·관광 자원 활용 기대
음식디미방<경북도 제공>
수운잡방<경북도 제공>
조선 양반가의 부엌에서 적힌 조리 기록이 350~470년의 시간을 건너 국제무대에 오른다. 경북을 대표하는 고조리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최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 등재 후보에 선정됐다. 등재 여부는 내년 6월 열리는 유네스코 아·태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음식 기록의 등재를 넘어, 경북이 축적해 온 '생활 지식의 기록'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북은 이미 한국의 유교책판, 만인소, 내방가사, 편액 등을 세계기록유산에 올린 바 있다. 다만 기존 기록이 정치·사상·문학 중심이었다면, 이번 두 조리서는 일상의 부엌에서 출발한 생활 문화 기록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수운잡방'은 16세기 중반 안동 광산 김씨 가문에서 작성된 조리서다. 상편은 탁청정 김유가, 하편은 손자 김령이 1552년 이전에 집필했다. 술 빚는 법과 음식 조리법 122항목을 담고 있으며, 전문이 온전히 전하는 민간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꼽힌다. 2021년에는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됐다. 제목의 '수운'은 연회를 베풀어 즐긴다는 뜻으로, '주역' 수천수(水天需) 괘에서 유래했다.
'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정부인 안동 장씨, 즉 장계향이 집필한 순한글 조리서다. 표지에는 '규곤시의방'이라 적혀 있으나, 본문 첫머리에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 쓰였다. '디미'는 '알 지(知)'의 옛말로, 제목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을 담는다. 면병류, 어육류, 주류, 식초 담그기 등 146개 조리법이 실려 있다. 기존 조리 관련 문헌이 한문으로 간략히 정리된 것과 달리, 음식디미방은 양반가에서 실제로 먹던 음식의 조리 과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원본은 현재 경북대학교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책은 각각 남성과 여성의 손에서 쓰였다. 수운잡방이 가문 남성의 기록이라면, 음식디미방은 여성 지식인의 필사본이다. 한 가문을 중심으로 조리 기술과 발효·증류 지식이 축적·전승됐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증류주와 발효주 제조법 등은 당시 생활 규범과 실용 지식이 함께 담긴 자료로 평가된다.
등재 추진과 맞물려 음식디미방의 집필 배경지인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장계향이 살며 책을 쓴 곳으로, 마을에는 석계고택과 석천서당 등이 남아 있다. 마을 언덕의 '장계향 문화체험 교육원'에서는 음식디미방에 실린 조리법을 바탕으로 전통 음식과 전통주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석류탕, 섭산삼, 수증계, 어만두 등 문헌 속 음식이 현대식 상차림으로 복원돼 체험객에게 제공된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번 성과는 전통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지역 고유의 음식문화를 브랜드화해 식품산업과 관광산업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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