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1천명당 시설 2.7개…전남·전북 10개 이상 대비 대구 ‘현저히 낮아’
시설 부족·프로그램 제한으로 노인 ‘갈 곳 없다’ 호소, 구·군별 불균형 심화

두류공원에 모여있는 어르신들. 영남일보DB

지난 22일 실시된 대구 달서구 월배노인종합복지관 사전등록 현장. 등록접수 3일 만에 지역 노인 4천여명이 몰렸다. 구경모기자
대구가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 20% 이상)로 빠르게 진입 중이지만, 정작 노인 여가·문화 활동을 뒷받침할 인파는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군별 격차가 심하고 전국 다른 지역과 비교해 시설 밀도도 낮아 대대적인 보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23일 보건복지부 통계와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대구지역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총 1천828곳(노인복지관 21곳·경로당 1천778곳·노인교실 29곳)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 1천명당 노인시설 은 2.7개소에 불과하다. 전남(14.3개소), 전북(11.8개소), 경북(9.1개소)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고, 전국 평균(4.9개소)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대구 안에서도 구·군별 격차는 뚜렷하다. 서구(경로당 85곳)는 1천명당 노인시설은 1.88개에 불과하다. 반면 노인 인구가 10만명에 달하는 달서구는 경로당 281곳(1천명당 2.80개)이 분포해 상대적으로 노인시설 이용 접근성이 높다. 수성구도 노인인구 (7만9천명) 대비 경로당 262곳(1천명당 3.31개)을 갖추고 있다.
노인시설 외에 일반 공공시설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지자체마다 '노인 밀집 구역' 정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구 두류공원은 국가도시공원 지정 준비를 감안, 현재 대구시는 무료 급식소 이전을 추진 중이다. 두류공원 내 밀집된 노인들은 분산시키자는 차원에서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에 노인들 스스로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1.7%가 '질 좋은 여가 프로그램 개발'을, 57.4%가 '여가시설 확충'을 요구했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구·군별 복지관 증축과 경로당 환경 개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시설 밀도가 높은 지역과 비교하면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이 제한된 복지시설 강좌는 참여가 어려운데다, 공공시설 이용마저 제한되자 지역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두류공원에서 만난 이승재(74·남구)씨는 "원하는 문화·운동 강좌에 들어가기 어렵다. 자리가 없어 대기 명단만 올려놓는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노인들을 반기는 곳을 찾기 드물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가도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온종일 돌아다니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단순히 경로당 숫자를 늘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노인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여가 인프라 설계가 필요하다"며 "해를 거듭할 수록 노인복지관 이용을 희망하는 어르신들은 늘어날 텐데, 확충 속도는 너무 더뎌 속에 천불이 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설 확충과 해당 시설들의 균형적인 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연신 강조한다. 계명대 정미진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대구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노령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관련 시설 수와 프로그램은 실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시설 확충과 함께 프로그램 다양화, 질적 개선, 지역별 접근성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세심한 설계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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