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이만수 '레인메이커' 대표
지역 작가 작품 상시 판매 공간 10년 운영
1920년대 지어진 여관 개조해 '대화장' 열어
"대화는 편견 허물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있던 대화장 여관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 '대화장'을 운영하는 이만수 대표는 대구에서 콘텐츠 사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있던 대화장 여관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 '대화장'을 운영하는 이만수 대표는 대구에서 콘텐츠 사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흔히 지역의 어떤 골목이나 공간을 '서울 어디와 닮았다'며 비교하곤 하잖아요. 저는 늘 그게 거북했어요. 지역이 서울의 아류는 아니니까요."
콘텐츠 기업 '레인메이커'의 이만수(37) 대표는 대구에서 로컬콘텐츠 사업을 하는 게 곧 '대구스러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2011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이 되게 만들자'는 일념으로 대학 영상동아리 회원 5명과 함께 '레인메이커' 사업자등록을 했다. 당시 그에게 '좋아하는 일'이란 가치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일이었다. 인디문화에 관심많던 그는 여러 창작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중구 김광석길을 눈여겨보고, 인근 방천시장에 작업실을 얻었다.
이 대표는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투잡을 전전하면서도 끝내 작품 활동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같은 청년이 많아져야 세상이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창작자들에겐 제품 판로를 제공하고, 문화에 목마른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013년엔 1억원을 투자해 중구 교동에 '소셜마켓'을 열었다. 1층엔 청년 작가 150명의 작품을 상시 판매했다. 2층은 전시와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판매 수익의 15%를 수수료로 받았지만, 매달 2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2년 만에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새로 조성한 공간 네 곳도 오래 이어지진 못했다.
소셜마켓을 운영하며 월세 인상과 건물주와 갈등을 빚었던 그는 "우리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었다. 2018년 레인메이커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도시재생씨앗융자로 10억 원을 마련해 새로운 공간을 물색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곳이 1920년대 지어진 낡은 '대화장여관'이었다. 폐허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대화장'이라는 이름을 딱 듣는 순간 "대화의 장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멤버들의 뜻이 모아졌다. 2020년 5월 지금의 '대화장'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대화를 통해 오해를 이해로, 편견을 발견으로 바꿔나간다'는 모토를 갖고 운영했다. 대표 프로그램은 '안녕, 낯선 사람'이다. 드랙 아티스트(사회가 기대하는 성별의 모습과 반대로 분장·의상을 갖추고 무대에 서는 퍼포먼스 예술가), 청각장애인 등 다양한 이들을 초대해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대화는 편견을 허무는 중요한 매개이다. 특히 대구에는 이런 자리가 많이 드물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場)을 꼭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힘을 쏟고 있는 사업은 '프로토타운 북성로'다. 올해 4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에 선정돼 현재 한창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북성로 공구골목은 대구 산업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유산"이라며 "'선배 주민 강연 시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도 대구에서 활동해 오며 '왜 서울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고 했다. 그 때마다 이 대표의 대답은 단호했다. "굳이 서울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정당한 대가를 받고,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창작물을 낼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윤화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