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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도전 정신

2025-09-29 06:00
전상준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전상준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내 이름으로 등기된 새 아파트를 장만했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30년 이상 살던 주택이 들어갔다. 그때 조합원에게 지어준 것이다. 주위 환경이 깨끗하고 내부 시설물이 새것이라 기분이 좋다.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 냉난방 에어컨, 스타일러 등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이 모두 최신식이다. 내 돈으로 장만한 것이 아니다. 주택조합에서 건설사와 공사 계약을 하면서 옵션으로 들어가 단지 내 조합원 모두가 누린 혜택이다. 주택에서 살 때보다 생활이 편리하다.


집 안의 모든 집기가 새것이라 깨끗하고 디자인도 세련되어 보기만 해도 정겹다. 그러나 보기가 좋다고 사용에 실효성이 높은 것이 아니다. 새것과 편리함은 다르다. 집에는 아내와 나, 늙은이 둘만 산다. 가전제품이 편리하기는 하나 사용하기가 만만치 않을 때가 있다. 스타일러라는 것은 입주한 지 일 년 조금 넘도록 사용하지 못했다. 작동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딸아이와 스타일러 이야기하며 한참 웃었다. 사용 방법이 아주 간단한 데 아직 쓰지 않느냐며 가르쳐 준다. 아무리 찾아도 없던 전원 스위치가 문 전면에 있지 않은가. 노안으로 시력이 시원찮아 빤질빤질하게 윤나는 검은색 유리로 된 문에 있는 스위치를 찾지 못했다. 괜스레 붙박이장을 만들면서 스타일러 위치를 장롱 가운데 놓은 기술자를 원망하기도 했다. 전원 스위치를 잘못 배치해 장롱 뒤에 설치해 사용할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기도 했다.


참으로 편하게 편리한 대로 생각하며 세상을 산다. 하기는 나이 든 늙은이 눈이 너무 밝으면 잔소리가 많아진다고 한다. 이것저것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참지를 못하고 간섭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전원 스위치를 찾지 못해 스타일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별로 불편함을 몰랐다.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사용해본 일이 없으니 얼마나 편리한지 경험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얼마간 나를 디지털 문맹자로 만든 스타일러가 웃고 있는 듯하다. 나이 들어 전자제품이 사용하기가 힘들고 불편하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다. 매사를 너무 일찍 단정(斷定)하지 말자. 한 박자 늦어도 괜찮다. 행동이 재바르지 못해 순발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배우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전 정신을 일깨워준 스타일러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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