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를 어학사전에서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할 때 쓰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친한 친구들끼리나 지인들과 이야기 도중에 재미를 겸해 우리는 '아니면 말고'를 자주 사용한다. 실생활에서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고 가벼움이 담겨 있는 표현방식이다. 말과 행동을 지키지 못해 친구 사이가 갈라지거나 두 번 다시 상종 못할 관계가 되는 상황이라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듯이 '아니면 말고'라고 하지 않는다.
정치권의 '아니면 말고'는 가짜뉴스나 폭로 다음에 연결되기에 우려스럽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를 내일(30일) 개최키로 했다. 근거는 서영교 의원이 폭로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 4명이 만났고, 조 대법원장이 대선개입 관련 발언을 했다는 녹취파일이다. 처음 논란을 제기한 쪽은 허구라고 했지만 국회에서 폭로한 서 의원은 묵묵부답이다. 서 의원이 제보자를 밝히지 않고 뭉개버린다면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지른 것 밖에 안된다.
올해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이민지 선수와 연장전을 치르고 우승한 이다연 선수가 인터뷰에서 "연장에 들어가며 '연장까지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우승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편한 마음으로 쳤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같은 대회에서 이민지 선수를 연장에서 눌렀기에 이번에는 우승을 놓쳐도 존경하는 선배가 우승하기에 괜찮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아니면 말고'였다. '아니면 말고'는 이런 상황에서 이럴 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닐까?
전영 논설위원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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