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초나라의 재상을 지낸 심제량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한 가르침을 청했다. 공자는 "근자열 원자재(近者說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하는 것)"라고 답했다.
축제의 계절이다. 지난 주말에만 전국에서 40여개의 축제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나 명소·특산물 등을 주제로 하여 다양하게 열린다.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를 개발하여 대표 축제를 여는 곳도 여럿이다.
그러나 지역마다 열리는 축제는 다양하지만 결과보고는 한결같이 'OO만 명이 방문했다'는 식이다. 한화가 서울 여의도에서 연 세계불꽃축제에는 100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춤축제를 연 지자체에서는 89만4천명이 다녀갔다며 천 명 단위까지 방문객을 추산해 발표했다. 다른 지역들도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축제장을 찾았다고 자화자찬이다. 게다가 농촌지역은 축제기간 동안의 농산물 판매실적까지 내세운다. '축하하며 흥겹게 벌이는 행사'라는 축제의 본질은 뒷전이고 얼마나 성과를 올렸는지를 숫자로 나타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축제장에 사람을 모으는 일은 간단하다. 많은 돈을 들여 잘 나가는 가수, 유명 연예인을 사오면 된다. 그러나 이런 축제는 1회성 행사에 불과하다. 연속성이 없다. 유명 가수를 못 데려오면 사람들의 발길도 끊기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라면 지역주민들이 주인공이 돼 즐기는 행사여야 한다. 평가도 '몇 만 명이 방문했나?'가 아니라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나?'가 돼야 한다. 근자열 원자래는 정치에만 적용되는 성어가 아니다. 축제도 주인공들이 흥겨워야 먼 곳에서부터 사람이 모인다.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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