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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김부겸이 응답할 차례

2025-10-22 06:00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지난 추석 연휴에 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고향 대구를 찾아 오랜 벗들과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 중 한 명이 "자네가 대구에 와서 출마하면 좋겠는데, 안 나오나"라고 하는 순간 모두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권 의원이 말없이 빙그레 미소를 띠자 동석한 친구가 "칠승이는 그냥 경기도에 있거라. 거기서 경기도 지사도 하고 대통령도 해야지 부겸이 선배 꼴 난다. 와 자꾸 대구에 오라 카노. 대구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가"라며 타박을 했다.


권칠승은 경기도 화성시에서 경기도의원을 두 차례 한 데 이어 내리 국회의원 3선(화성시병)을 하고 문재인 정부 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역임했다. 권칠승과 김부겸은 닮은 점이 많다. 경북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나오고 같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점, 민주당 내 희귀한 TK 출신이라는 점, 일찍이 경기도에서 둥지를 틀고 둘 다 그곳에서 3선을 한 이력 등이다. 모나지 않고 합리적인 의회주의자, 온화하지만 결기 있는 성품도 흡사하다. 권칠승의 외조부는 독립유공자이었고, 김부겸의 선친은 군인이었다. 태생적으로 국가관이 몸에 배어있다. 문재인 정부 때 김부겸은 국무총리, 권칠승은 장관이 되자 모교인 경북고 담벼락에 김부겸을 비방하는 현수막이 걸린 적이 있다. 며칠 후 축하 현수막이 함께 걸렸지만, 대구의 정치적 민낯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쓰레했다.


그런 김부겸을 대구시민이 대구시장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다.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5일 보도된 창간 80주년 여론조사가 그 근원이다.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정부의 면직에 불복해 저항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 1위로 등극하고, 한때 민주당 간판으로 30여년 만에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이 된 김부겸 전 총리가 오차범위 안에서 2위로 리콜을 받은 건 그만큼 대구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대구경북신공항, 취수원 및 군부대 이전 등 산적한 사회경제적 난제를 풀어야 함에도 대구는 선장 없이 표류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때마침 보도된 전국 8개 광역시 중 대구가 20대 인구 유출 1위라는 통지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구 발전을 위해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 질문에서는 김 전 총리와 이 전 방통위원장과의 간격이 겨우 1%밖에 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대구는 정치적으로도 고립무원이다. 이진숙 전 위원장이 존재감 미미한 대구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출신을 제치고 1위를 한 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데 그만한 전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대구시민의 판단 때문이리라.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일등공신 지역이지만, 두 대통령 모두 탄핵이라는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 열패감 가득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부겸은 대구시민에게 애증의 존재다. 일각에선 "김부겸은 이미 대구를 떠났고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했는데 존중해줘야 한다. 간송미술관을 비롯해 그가 대구에 유치한 성과가 한두 개가 아닌데 그것도 몰라줬으니 얼마나 야속했겠느냐. 그가 또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한편에선 "대구를 떠난 건 외동아들로서 늙고 병든 부모님을 서울 가까이에 모시고자 간 것일 뿐"이라며 "행안부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된 건 그의 헌신을 민주당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둘 다 그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김 전 총리 자신은 응답을 주지 않아 희망을 찾는 이들의 가슴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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