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아닌 혈관질환의 신호…붓고 저린 다리, 조기 진단이 관건
하지정맥류·심부정맥혈전증, 조기 발견이 생명 지키는 첫걸음
EBS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명의'(2025년 10월 10일 방송) 촬영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박기혁 교수.<가톨릭대병원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박기혁 교수
"왜 이렇게 서있기만 해도 다리가 아플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다리가 붓고 무거워지는 증상은 단순한 피로로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은 혈관질환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 방영된 EBS '명의'에서는 대구가톨릭대병원 혈관외과 박기혁 교수가 출연해 "다리 통증 뒤에는 피로가 아닌 '혈관의 경고음'이 숨어 있다"며 하지혈관질환의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날 방송은 단순한 질환 해설을 넘어, "서서히 막히는 혈관의 위험을 인식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1천만명을 넘어섰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혈관을 손상시키는 질환이 함께 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결국 심혈관계 질환, 특히 하지혈관질환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연구 결과, 하지동맥질환의 유병률은 50~70대에서 5~10%, 70세 이상에서는 15~20%에 달한다.
2022년 한 해 말초동맥질환 환자 24만명, 하지정맥류 등 정맥질환 진료는 연 40만건을 넘어섰다.
하지에는 심부정맥(근육 속 깊은 곳)과 표재정맥(피부 아래 얕은 층)이 있다. 정상적인 경우, 정맥 내 판막이 혈류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돕지만, 판막이 손상되면 피가 거꾸로 흐르며 정체되고, 결국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심한 경우 종아리 안쪽 피부가 착색되거나 궤양으로 진행하고, 늘어난 정맥 내에 혈전이 생겨 혈전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모든 하지정맥류가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증상이나 미용적 불편이 뚜렷한 경우에만, 전문의와 상담 후 간단한 시술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거나 벌겋게 변하면서 탱탱한 통증이 생긴다면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정맥 내 혈전이 폐혈관으로 이동하면 폐색전증으로 이어져 심한 호흡곤란이나 급사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치료는 항응고제로 혈전 확산을 막는 것이 기본이다. 필요 시 혈전용해제 주사나 혈전 제거 시술을 시행한다. 압박 스타킹이나 붕대 요법은 부종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정맥이 '되돌아가는 길'이라면, 동맥은 '가는 길'이다.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다리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하지동맥폐색증이 생긴다.
주로 허벅지의 대퇴동맥이 막힌다. 100~500m만 걸어도 종아리에 통증이 생겨 쉬어야 하는 '파행증'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진행되면 발끝이 차갑고 창백해지며, 심하면 괴저로 발전한다. 급성으로 발이 차고 푸르게 변하며 감각이 사라지는 경우는 급성동맥폐색증으로, 즉각적인 혈관 재개통 시술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리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맥은 천천히 악화되지만, 동맥은 한순간에 막힌다"고 경고했다.
특히 40~50대에서 초기 하지동맥질환이 늘고 있다. 그는 "심각한 허혈이 아니라면 약물치료와 꾸준한 걷기 운동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