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건지소 공보의 배치율, 대구 14%·경북 39% ‘추락’
경북 16곳은 의과 진료 중단…“기본 진료도 어려운 수준”
공보의 감소 가속…군 처우 변화·병역 자원 축소가 직격탄
정부 “한의사 참여 확대 필요”…공공의료 기능 강화 검토
의료계 “대체는 위험”…한의계 “만성질환 관리에 적합”
대구 한 병원 외래 진료실 복도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대기하는 모습.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지역 의료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일선 현장의 혼잡과 인력 부족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영남일보 DB>
정부가 결국 '한의사 투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병역 자원 급감으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빠르게 사라지며 농어촌 의료현장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이자, 멈춰선 진료 기능을 한의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국회에서 "공보의 감소에 따라 한의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에 대해 "공감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가 직접 한의사 투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구경북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소는 25곳으로, 모두 정원을 채운 상태다. 하지만 보건지소 226곳 중 배치를 완료한 곳은 대구 2곳(14.3%), 경북 84곳(39.6%)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구 62.5%, 경북 60.8%였던 배치율이 올 들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보건지소는 여태껏 인근 공보의를 순환 파견하거나 기간제 의사로 버텨 왔다. 하지만 원격협진·순환진료 등 임시방편만으론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한의사 투입을 검토한 것은 단기간에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최근 군(軍) 처우 개선으로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가 늘면서 의과 공보의 신규 편입 규모는 매년 급감하고 있다. 공보의 감소는 지방의료 공백으로 직결된다. 이에 한의사의 공공의료 참여 확대는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의계는 반색하고 있다. 고령층이 많은 농어촌에선 근골격계 통증 치료와 만성질환 관리 수요가 높은 만큼 한의사가 '주민 주치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의료계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의사 부족을 이유로 의료 전문영역을 단순 대체하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응급·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의사가 대처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것.
정부가 일단 '적극 검토'에 나선 만큼 한의사의 공공의료 참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 주민의 실제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단순 인력 보충보다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먼저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양방·한방 간 역할 구분, 진료범위 설정,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 의사·한의사 협업 구조가 명확히 마련돼야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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