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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Resilience(회복탄력성)과 인간관계

2025-12-12 06:00
이재인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광역시지부 이사

이재인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광역시지부 이사

1955년 하와이 군도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명을 추적한 '카우아이섬 종단연구'가 있다. 카우아이섬은 범죄와 알코올중독이 뒤섞인, 말 그대로 불운이 집중된 지역이었다. 사회학자 애미 워너는 이 중 고위험군 201명을 연구했고, 그 중 72명이 큰 문제 없이 성장해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을 지탱한 힘은 환경이 아니라 인간관계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단 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들은 역경을 딛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개인의 회복탄력성이 관계에서 비롯되듯, 공동체가 일어서는 힘 역시 관계에서 출발한다. 최근 신문 곳곳에는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불만과 냉소가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혁신(革新)'의 본뜻을 떠올리게 된다. 혁신이란 낡은 관행과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 일이며, 넓게는 사회구성원의 협동과 신뢰를 기반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사회는 개인의 연결이 모여 이루어지는 만큼, 혁신의 출발점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다.


성미산 마을의 공동육아나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부산 다복동의 보건·복지서비스에서 보듯 주민 참여를 중심에 둔 현장은 사회혁신이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이제 주민은 단순한 수혜자나 문제 제기자가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함께 설계하고 해결하는 핵심 파트너이자 주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행복한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룬다. 건강한 관계를 맺고 원만한 소통을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모인 곳은 갈등보다 협력이 크게 작동하며, 공유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로 발전한다. 지역을 바꾸는 힘은 제도보다 사람의 태도에서, 구조보다 관계의 깊이에서 시작된다.


고진감래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참고 견디는 삶만을 미덕으로 여긴다면, 우리는 미래라는 신기루를 좇다 쓰디쓴 일상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회복탄력성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감정과 태도에서 시작된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뒤센의 미소'에서 환한 웃음이 긍정적 정서를 이끌어 행복을 견인한다고 강조한다.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선한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 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진실이다.


오늘 집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서 뒤센의 미소를 지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미소 하나가 삶을, 그리고 공동체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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