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의원은 1종 건물만…“근린생활시설이면 가능” 오해 여전
전문가 “층별 용도도 달라…임차 전 반드시 건축물대장 확인해야”
신축 상가 내부에서 의료진과 개원 준비 관계자들이 건축물대장 서류를 확인하며 논의하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는 건축물 용도 착오로 의원 개설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챗지피티 생성>
의원 개설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건축물 용도'와 '토지의 용도지역'을 설명하는 안내 문서. 의원은 법적으로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며, 건축물대장 용도와 토지이용계획 확인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영남일보 독자 제공>
지난 10월 내과 전문의 A씨는 대구 수성구 한 신축 상가를 임차해 개원을 준비하던 중 관할 보건소 개설 심사(신고제)에서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건물주는 "근린생활시설이면 의원 개설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론 의원 개설이 불가능한 용도인 '2종 근린생활시설'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A씨는 계약금과 설계비 등 1천만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됐다. 낭패를 본 A씨는 "옛날 생각에 근린생활시설이면 되는 줄만 알았다. 1종·2종 구분을 몰라 난감했다. 솔직히 창피하기도 했다"고 했다.
A씨처럼 대구에서 개원을 준비하는 일부 의사들이 '의원은 1종 근린생활시설에서만 개설할 수 있다'는 기본 규정을 숙지하지 않은 채 임차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정은 이미 5년 전에 개정됐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0년 1월부터 의원·치과의원·한의원 등 의원급 의료기관은 1종 근린생활시설로 용도가 제한됐다. 그전엔 근린생활시설이면 1·2종 여부에 상관없이 개설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아직 의료계 일부에선 '어디든 의원 개설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실제 용도 확인없이 개원을 추진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같은 건물 안에서도 층별로 용도가 다르게 지정돼 있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외관은 동일한 상가 건물이라도 1층은 1종, 2·3층은 2종으로 분류되는 등 건축물대장에 적힌 용도는 층마다 달라질 수 있다.
건축물대장 용도 확인을 생략하는 관행도 문제다. 일부 건물주나 부동산 중개업자는 "근린생활시설이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개원 준비자 역시 이를 그대로 믿고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 개설 심사에서 2종 건물임이 드러나면 이미 투입된 공사·계약 비용이 모두 손실로 이어진다.
일부는 용도변경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절차는 복잡하다. 2종→1종으로 변경하려면 구조 안전 검토, 소방 기준 충족 여부, 설계 변경, 지자체 인허가 등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원 일정은 수개월씩 지연된다. 건물 구조나 지역 규제 때문에 변경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여기에 의원 총 바닥면적이 500㎡를 넘으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부과된다. 승강기·경사로·장애인 화장실을 갖추려면 추가 공사비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개원 업계의 설명이다.
이같은 혼선은 제도 변화가 현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일부 지자체 담당자조차 최신 기준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상담시 혼란을 야기한다. 의료진 역시 건축·인허가 규정을 세세히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달서구 한 개원의는 "'근린생활시설이면 다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임차 계약 이전 '건축물대장 용도 확인'을 개원 준비의 첫 단계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