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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나의 빈 무덤에

2025-12-19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충남 당진에서 농민운동을 하던 18세 청소년 윤봉길이 당대 최고 종합잡지 '개벽'의 1926년 6월호에 실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읽는다. 이상화의 그 시로 말미암아 '개벽'은 폐간당했지만, 윤봉길에게는 농민운동을 그만두고 중국으로 망명해 치열한 항일전선에 투신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현재 루쉰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 육군대장 등을 처단한 윤봉길 지사는 그해 12월19일 총살형을 당해 순국했다. 윤 지사는 거사를 앞두고 여섯 살과 세 살짜리 두 어린 아들에게 유서를 남겼다.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라는 제목의 유서는 유시(遺詩)이기도 했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에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마라/ 사랑하는 어머니 있으니// 동서양 역사를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가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의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2012년 12월19일 일본 만화가 나카자와 케이지가 세상을 떠났다. 나카자와 작품 '맨발의 겐'의 주인공 겐 형제는 히로시마 원자탄 피폭으로 가족을 잃고 마을 사람들을 잃었다. 작가는 전쟁을 일상적으로 비판하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국민(非國民)" 소리를 듣는 인물을 겐의 아버지로 설정했고, '맨발의 겐'의 대부분을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화시키는지 묘사하는 데 바쳤다.


'맨발의 겐'은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수많은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읽혔다. 작가는 만화를 그리는 이유를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라 했다.


물론 12월19일이라고 해서 슬픈 일만 일어났을 리는 없다. 세계문학사에도 좋은 일이 생겼다. 1843년 12월19일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발표했다. 이 소설을 수전노에 관한 이야기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당시 영국의 저임금 구조, 혹독한 아동 노동, 소외된 장애인 문제 등을 고발하고, 공립학교 설치를 반대하는 교회를 교육불평등 생산 비인간 집단으로 비판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투철한 작가의식을 담고 있는 고품격 사회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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