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양대 산업도시인 포항과 구미의 산업 기상도가 엇갈리고 있다. 내륙도시 구미는 오랜 침체 끝에 활력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지만, 해양도시 포항은 수십 년간 강고했던 철강산업이 흔들리면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각자 보유한 전통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동시에 AI로 대변되는 신산업의 개척 여부가 두 도시의 미래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구미는 기존의 정보통신, 반도체, 방위산업 중심의 투자 르네상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AI데이터센터 구축까지 가시화되면서 전기를 맞고 있다. LIG넥스원·LG이노텍·SK실트론·한화시스템을 필두로 한 구미 앵커기업의 혁신은 눈부시다. 중견기업 이주까지 겹치며 최근 3년간 투자액은 10조6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구미시는 자체 집계하고 있다. AI데이터센터 유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퀀텀일레븐(Quantum XI) 컨소시엄은 4조5천억원을 투입하는 아시아 굴지의 데이터센터 건립 소식을 알렸다. NH투자증권·KB증권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SDS를 앞세워 구미에 3조원 규모의 AI데이터센터 설치를 공언한 바 있다.
구미의 호조세에 비견하면 포항은 다소 우울하다. 도시 대표산업인 철강부터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박리다매형 중저가 제품이 쏟아지는 것이 일차적인 걸림돌이다. 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폭탄은 기름을 부었다. 포항의 신산업으로 떠오른 2차전지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기차 '캐즘'의 세계적 현상과 맞불려 포항에 둥지를 틀며 기세를 올리던 에코프로 등 앵커기업들의 투자와 매출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투자유치도 예전 같지 않다. 올해 포항의 투자유치는 정점이던 2023년 7조4천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포항과 구미는 대구경북 경제의 핵심축이자, 국가경제를 견인해온 전통의 산업도시다. 235만 대구는 이들 산업도시를 동쪽과 서쪽 배후에 두면서 경제, 산업, 문화 전반에서 공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경기는 늘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포항의 위기도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이다. 세계적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포스코의 저력에다, 2차전지의 경우 밀물 썰물의 경기 곡선이 있을지은정 미래가 담보된 산업이다. 챗GPT의 오픈AI가 아시아권 AI 데이터센터 기지로 포항을 지목한 것은 포항의 잠재력과 산업환경의 탁월함을 인정한 때문이다. 구미~대구~포항을 잇는 산업 벨트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루트이기도 했다. AI를 주축으로 한 정보통신 혁명의 길을 닦고, 한국이 자랑하는 제조업의 전통을 이어간다면 다시한번 그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와 지방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독려는 전제조건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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