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 중 공공기관 5.2%
OECD 회원국 압도적 꼴찌
수익 쫒다간 지역 의료 붕괴
지방 소멸의 최후 방어선은
지역 공공의료 인력 확보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5.2%. 2025년 한국 전체 병원 중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4천여곳 가운데 공공병원은 220여곳에 불과하다. 심각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도드라진다. 가장 비교하기 좋은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은 57% 수준이다. 물론 한국은 압도적인 꼴찌다.
민간 중심 의료체계인 미국조차 공공병원 비율이 22% 가량 인걸 감안하면 한국의료 현실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알 수 있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쏠리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진료 기피 문제는 고착화하고 있다. 민간 병원은 당연히 돈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수익성이 낮은 응급, 분만, 소아청소년과, 감염병 병동 운영을 꺼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코로나19 등을 통해 위험성을 수차례 확인한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병원들은 수익이 나는 수도권으로만 몰린다. 공공병원은 차치하고 경북의 인구 1천명 당 의사수(1.38명)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울(3.42명)은 물론 전국 평균(2.2명)에도 한참 못미친다. 그나마 있는 의료 인력조차 점차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의료 공백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경북 북부권에선 한밤 중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도, 밭일을 하던 어르신이 쓰러져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생명과 직결되는 환자가 발생해도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대구나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한다.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이정도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건강권'과 '생명권'을 온전히 누릴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원이 늘어봤자, 의사들이 경북 북부지역에 내려와 개업할 리 만무하다.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엔 지방 소멸의 시계가 너무 빠르다.
해답은 명료하다. 지역에 뿌리내릴 의사를 길러내는 것, 바로 '경북 북부권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다.
단순히 의사 면허 소지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이해하고, 지역민의 곁을 지킬 '공공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먼저다. 지역 인재를 선발해 교육하고 그들이 다시 지역 상급 병원에서 근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프면 서울 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사라질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경제성을 따진다. 인구가 적은 곳에 의대와 부속 병원을 짓는 것이 효율적이냐고 따져묻는다. 하지만 생명은 효율의 잣대로 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국가 균형 발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어디에 살든 기본적인 혜택을 누릴수 있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의료 인프라는 정주 여건과도 밀접하다. 병원이 없으면 인구가 줄고, 기업이 오지 않고 다시 청년이 떠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경북 북부권 의대 설립은 지방 의료를 살리는 심폐소생술이자, 지방 소멸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경제 논리나 단체의 이해관계를 넘어 오직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한다. 경북 북부권 주민들은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고,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의대 신설은 특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벼랑 끝의 호소다. 정부는 이제 그 간절한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경북 북부권 국립 의과대학 설립은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다.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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