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19부·5처·18청·7위원회 등 22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처 업무보고가 어제 해양수산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업무보고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서 '재플릭스'(이재명+넷플릭스)로 불릴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히고, 대통령의 질책과 칭찬이 일하는 공무원상을 독려하는 역할도 했다. 답변을 잘해 주목받은 공무원도 있었지만, 가장 빛을 발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이 대통령의 디테일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현장을 잘 아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지나친 디테일은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대통령이 각 부처의 세부 사안까지 거론하는 것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로 포장될 수는 있지만, 모든 국정을 최고 권력자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통치로 비쳐진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답변 내용을 문제 삼아 면박 주는 모습은 인사권자의 공개적 퇴진 압박으로 읽혔다.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권 이너서클이 문제'라는 발언은 민간 금융사 인사와 지배구조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의 말은 정책 신호다. 특히 업무보고 과정에서 대통령 발언은 관료 조직과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문제 제기는 행정의 연속성을 흔들 위험이 있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능력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권력 집중과 행정 왜곡을 야기한다. 만기친람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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