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225020016693

영남일보TV

  • 주호영 의원 “전심전력으로 대구 재도약”,대구시장 출마 선언
  • [영상]영·호남 공동선언…균형발전 위해 한목소리

[정만진의 문학 향기] 용두산 큰불

2025-12-25 17:07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현진건의 소설에 '불'이 있다. 혹독한 노동과 횡포한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던 어린 아내가 견디다 못해 집에 불을 지른다. 하지만 집이 없어지면 해방되지 않을까 생각했을 만큼 철없는 소녀의 이야기는 아니다. '불'의 집은 상징일 따름이다.


상징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실체와 직접 이어지는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기호화된 결과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려운 상징이다. 기독교의 십자가, 이슬람교의 초승달, 불교의 만, 동학의 궁을 등이 그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랜드마크로, 특정 지역의 대표 건축물이나 자연경관을 가리키는 상징이다.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북경 만리장성, 경주 왕릉, 문경 새재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해당 국가의 중요 문화유산 지위에 있다.


1954년 12월26일 부산 용두산 일원에 대화재가 일어났다. 종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과 더불어 피란왔던 문화유산들이 아직 부산에 머물러 있었다. 이날 큰불로 3천500여 점의 국보급 문화유산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부산국악원 건물이 전소되면서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궁중일기, 조선 임금들과 재상들의 초상화, 왕들의 글씨, 왕실 유물, 고서적 등이 모두 사라졌다. 게다가 1960년 6월 발생한 창덕궁 화재 때 부산국악원 보관 문화유산 목록이 불에 타버려 1954년 멸실된 국보급 문화유산들의 이름조차 전혀 알지 못하게 되었다.


무슨 국가행정이 그 모양이냐 싶지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니 돌이켜보는 것도 민망하다. 한심한 과거를 자꾸 탓할 일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밝고 힘차게 나아갈 일이다. 연말이기도 한 만큼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앞날을 바라보자.


문화유산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와 관련해 문인이 감당할 역할을 생각해본다. 최남선의 '금강 예찬'이 떠오르고, 박목월의 '불국사'도 생각난다. 현진건은 단군 유적과 고도 경주를 찾아 장편 기행문을 썼고, 소설 '무영탑'도 남겼다.


무영탑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석가탑의 민간설화를 소설화한 장편이다. 갈등이 없으면 서사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당연히 '무영탑'에도 반동인물이 등장한다. 현진건은 그들을 사당파(事唐派)로 규정했다. 사당파는 당나라를 섬기는 자들이다. '무영탑'이 1938∼1939년 발표작인 만큼 사당파는 일제에 빌붙어 사리사욕을 챙기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 반민족행위자들을 상징한다. 현진건은 문인들에게 글로써 지식인의 책무를 다할 것을 권면한 듯하다.


문인은 글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 언제 불에 타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문인들이여, 새해에는 문화유산을 상징삼아 시대정신을 멋지게 형상화해 보소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