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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2025년, 개인정보 수난사

2025-12-26 06:00

보안 중요성 실감한 2025년
공기 같은 보안의 가치 망각
기업들 정보보호 투자 소극적
이제 정보보호도 핵심 역량
기업 생존의 문제로 직시해야

최미애 경제팀 선임기자

최미애 경제팀 선임기자

2025년은 보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한 한 해였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KT 무단 소액결제 사고, 그리고 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이어졌다. LG유플러스도 자사 AI(인공지능) 통화 비서 서비스 '익시오'에서 고객 통화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포함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금융당국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연이은 정보유출 사태가 국민의 공분을 산 건 해당 서비스들이 대부분 이동통신, 신용카드, 택배 등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자사 기술의 뛰어남을 강조해 온 기업들이었기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컸다.


특히 쿠팡은 스스로를 유통기업이 아닌 '테크기업'을 자처해왔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특유의 빠른 배송이 가능했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 '빠름'은 보안에 있어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쿠팡에서는 5개월 동안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지난달에서야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다.


본래 보안은 우리 곁의 공기와도 같다. 평소에는 그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보안이 뚫리는 상황에 부닥친 후에야 그 존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러한 보안의 가치를 망각했다는 점이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안에 대해 소홀해왔음이 드러났다.


그동안 기업들은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눈에 보이는 기술'에는 자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시스템을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기술'인 보안과 내부통제는 뒷전이었다.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정보보호공시 종합포털에 자료를 공시한 대기업 87개사의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지난해 1조2천756억원으로 2022년(9천602억원)보다 32.8% 많았다. 하지만 전체 정보기술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에서 5.9%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보보호 부문 전담 인력 비중도 소폭 늘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정보보호 부문 전담 인력 수는 2022년 3천44명에서 지난해 3천723명으로, 22.3% 증가했다. 하지만 정보기술 부문 전체 인력 대비 비중은 6.4%에서 6.7%로 0.3%포인트(p)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수익 창출의 재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를 관리하는 데는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은 이제 보안을 더 이상 매몰비용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시스템의 속도가 그 기업의 기술력이듯, 고객의 정보를 끝까지 지키는 것 또한 기업의 핵심 역량이다. 장기간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그 기업의 보안 역량이 낙제점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기업이 보안 실패에 대한 뼈아픈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기업이 보안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직시하게 해야 한다. 지난 24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도 최근 쿠팡 등 여러 기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반복적이고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전체 매출의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빠른 배송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로켓배송'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배송 과정에서 수없이 오가는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혁신'도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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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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