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9일 김건희씨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180일간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씨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무너졌다"고 발표하면서 76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김씨 등 2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활용해 고가의 금품을 손쉽게 수수하고 청탁 대부분 실현되며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각종 인사와 공천 과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 도이치모터스 사건 종결 그리고 고가 금품수수
특검팀은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자평하며 가장 큰 성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종결을 내세웠다. 해당 사건은 2020년 4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김씨는 지난해 7월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이른바 '출장 조사' 한 차례만 받은 뒤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다.
이후 서울고검 재수사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 등 결정적 증거가 확보됐고 결국 김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각종 고가 금품 수수 의혹도 특검 수사로 실체가 드러났다고 특검팀은 평가했다. 특검팀은 김씨일가를 압수수사한 결과 3억7725만 원 어치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을 받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지난해 검찰은 이 사건 역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특검팀은 최 목사를 다시 조사하고 사실관계와 법리를 재검토한 끝에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최 목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이와 함께 김씨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 명목으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는 사위 인사 청탁 명목으로 명품 귀금속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는 인사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에게서 사업상 편의를 대가로 명품 시계를,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는 공천 청탁과 함께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부부가 2023년 3월 당대표 당선 과정에서 김씨의 지원을 받은 데 대한 답례로 로저비비에 가방을 전달한 혐의 역시 수사 결과로 밝혀졌다.
◆ 여론조사·종교 유착·관저 이전 의혹도 기소
특검팀은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의혹과 관련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행위는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에 해당한다"며 이들과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에 각종 청탁을 했고,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돼 상당수가 현실화됐다"며 "그 대가로 통일교가 대선과 당대표 선거에 개입한 전형적인 정교유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씨의 요구를 전달받은 고위 공무원들이 '21그램'을 무자격 업체임에도 관저 공사 시공사로 선정하도록 특혜를 준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합리적 사유 없이 국가 도로망 계획이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지역 권력형 카르텔 범죄"로 규정하며 수사 성과를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번 수사를 통해 대통령 배우자 권력의 사유화와 그로 인한 국가 시스템 붕괴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법 앞에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고 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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