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공원에 있는 소나무 여러 그루가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경북대 수목진단센터 연구진과 함께 현장을 찾아갔다. 공원 전망대 인근의 소나무 수십 그루가 수세가 약한데다, 금년에 자란 새 가지가 누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가지를 살펴보니 소나무왕진딧물이 붙어 있고 소나무좀이 출입한 구멍이 보였다. 잎은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었으며, 잎마름병의 병징이 관찰됐다. 재선충병의 증상은 볼 수 없었으나 병과 해충이 복합적으로 소나무에 피해를 주고 있었다.
소나무왕진딧물은 5월에 알에서 깨어나 6월에 무성생식으로 크게 번성한다. 한여름에는 더위로 주춤했다가 가을에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고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알을 낳는다. 지금은 겨울이므로 알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겨울이 춥지 않으니 성충이 죽지 않고 계속 소나무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고 있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서식 조건이 악화된데다 진딧물 등 온난화에 적응한 해충의 공격이 점점 더 심해지니 소나무의 생존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나무가 어떤 병에 걸리거나 해충의 피해를 입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가지 병과 충이 몰려들어 죽음을 재촉한다. 그 공원의 소나무처럼 병들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미 오랫동안 여러 병해충의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소나무가 재선충 외에 여러 병해충의 복합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는 그 공원 뿐만 아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수목병해충 방제 정책이 소나무재선충병에만 치우쳐서 다른 병해충의 발호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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