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김범석 의장 산안법 위반 혐의 고발
2020년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과로사한 故(고) 장덕준씨에 대한 사측의 산재 은폐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모친 박미숙(오른쪽)씨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앞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쿠팡 김범석 의장, 해럴드 로저스 대표, 박대준 전 대표에 대한 엄정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약 5년 전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숨진 고(故) 장덕준(당시 27세)씨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쿠팡이 산업재해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동시에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약 1년4개월간 야간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장덕준씨는 2020년 10월12일 귀가 후 화장실에서 갑작스레 쓰러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영면했다.
당시 장씨의 죽음에 대해 유족 측은 '과로사'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2021년 2월 결국 산업재해가 인정됐지만, 쿠팡 측이 "고인의 육체적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며 "무리한 체중 감량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내 세간의 공분을 샀다. 유족 측이 그후 쿠팡 측에 사과와 배상, 재발방지 대책 등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다.
장씨 사망사건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달 18일 당시 쿠팡 대표였던 김범석 쿠팡아이앤씨 의장과 전 임원 간 메시지 대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면서다. 메시지엔 김 의장이 "그(장덕준)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 측은 "5년 전 해임된 전 임원이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국택배노조는 지난달 23일 김 의장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였던 노트먼 조셉 네이든씨를 증거인멸 교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서울고용노동청에도 함께 고발했다.
현재 경찰은 산재 은폐 의혹과 개인정보 유출 혐의 등을 포함해 쿠팡 관련 사건 20여건을 수사하기 위해 총 86명 규모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지난 6일엔 장덕준씨의 모친 박미숙(57)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고발인 측 변호인은 "김 의장이 산재를 은폐했다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 관련 혐의가 적용되면 공소시효는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장덕준씨 사망 이후에도 유사 사고가 반복됐다면, 이를 근거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쿠팡의 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잘 지켜졌는지 등 사안 전반을 두루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장씨 사건 후 쿠팡 측이 내세운 '물류센터 근로 여건 개선 방안'이 지켜졌는지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5년간을 눈물과 투쟁으로 버텨온 모친 박씨도 다시 진실찾기에 나섰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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