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생활 10년, 청년 농부로 변신
2세 농부지, 실패 속에서 길 찾아
황희재 씨가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 하빈면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농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현목 기자
"농사는 소비자와 약속입니다. 그 자리에 항상 같은 품질의 작물이 있어야죠."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청년 농부 황희재(41)씨는 하루 일과를 새벽 6시30분에 시작한다. 농장을 한 바퀴 돌며 점검한다. 수확과 납품을 마치면 오전 일과는 끝난다. 오후엔 물 순환, 병해 여부, 시설 점검이 이어진다. 이 같은 꼼꼼함이 로컬푸드 매장에서 '믿고 찾는 농가'로 자리매김하는 디딤돌이 됐다.
지난달 22일 만난 황씨는 원래 간호사였다. 누군가에게 지시받는 상황이 반복되며 간호사의 길에 의구심이 생겼단다. 그는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며 "농사를 짓던 부모님 권유로 새 길을 모색하게 됐다"고 했다.
2020년 병원을 떠나 농협이 운영하는 '청년농부 사관학교'에 참여하며 귀농을 결심했다.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경험을 쌓다가 2022년엔 직접 하우스를 지었다. 시설업자에게 맡기기보다는 자가 시공을 택한 것.
"솔직히 처음엔 죽는 줄 알았다.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그래도 배관, 시설 구조 같은 건 몸으로 익혔고, 그게 지금은 농사에 꼭 필요한 기술이 됐다"고 말했다.
황희재 씨가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 하빈면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포장하고 있다. 김현목 기자
처음 주력 작물은 딸기였다. 하지만 그는 "딸기는 '한 번의 실패가 1년을 좌우하는 작물'이었다"며 "2024년 추석 무렵, 기록적 폭염 탓에 딸기 생산량이 급감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해 5월엔 딸기 생산시설을 모두 걷어내고, 상추 재배로 갈아탔다. 일평균 60㎏, 여름철엔 100㎏ 가까이 상추를 출하한다. 통상 한여름은 기온이 높아 출하량이 줄어든다. 오히려 그는 물량을 늘린 것이다. 이런 부지런함이 로컬푸드 시장에서 통했다.
간호사 시절 몸에 밴 '위생 개념'이 무농약 농사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물 관리와 시설 청결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작물도 '내 몸처럼' 관리한 것. 황씨는 "소비자가 매장을 찾았을 때 '그 자리에 항상 있는 상추'를 만들고 싶다"며 "상품은 비슷해 보여도 끊김없이 공급하는 건 쉽지 않다. 그게 '농부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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