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연예인 탈세 소식이 다시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탈세 의혹과 함께 등장한 숫자는 수백억원대다. 액수가 워낙 커서 현실감은 떨어지고, 분노도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금액보다 대중을 더 자극하는 건 탈세 의혹을 받는 이들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에서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감싸기보다는 "저 정도 벌면 세금도 그만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그런데 이 뉴스가 유독 거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시점이다. 지금은 연말정산 시즌이다. 직장인들은 원천징수 영수증을 내려받고 카드 사용 내역을 다시 훑는다. 의료비 하나라도 빠진 건 없는지, 교육비 공제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몇 번씩 확인한다. 환급을 기대하기보다 추가 납부가 생기지는 않을지를 먼저 걱정한다. 몇 만원, 많아야 몇 십만원이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월급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월급에서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건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단돈 만원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면 계산기를 몇 번이고 두드리는 이유다. 그게 직장인들이 세금을 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화면 속 연예인들의 탈세는 우리와 결이 다르다. 연예인들은 '1인 기획사'라는 구조로 법인을 세우고, 소득을 나누고, 세율을 바꾼다. 그러다 조사에 걸리면 "법 해석의 차이"라는 말을 꺼낸다. 시간을 벌기 위해 과세 전 적부심을 청구하기도 한다. 논란은 시간이 지나며 옅어진다. 어느 시점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말정산을 하는 직장인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다. 법인을 끼워 넣을 수도 없고, 소득 구조를 바꿀 수도 없다. 월급은 투명하다. 클릭 몇 번이면 정산 결과는 결정되고, 다음 달 월급에서 세금은 이미 빠져나갔다. 그래서 공제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이것저것 챙긴다. 아이의 방과후 수업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고, 은행에서 누락된 납입증명서도 따로 발급받아 입력한다. 이러니 연말정산은 늘 조마조마하다. '13월의 월급'은 바라지도 않는다. 더 내지 않은 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연말정산 시즌에 터진 연예인 탈세 소식은 더 예민하게 읽힌다. 탈세 앞에서는 비주얼이나 인기 같은 설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번 만큼 냈는지가 전부다. 탈세 의혹이라면, 이름값과 무관하게 법적 판단을 받으면 된다.
사실 기자는 이번 연말정산에서 되돌려받기는커녕, 추가로 내야 할 것 같다. 아마 다음 달 월급에서 그대로 빠져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연예인도 복잡한 구조를 피해 가지 말고, 나처럼 월급에서 떼이듯 깔끔하게 내면 어떨까.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계산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체감과 너무 멀어 보이지 않게.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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