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미국의 강력한 금융 전략무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일 힘도 바로 달러에서 나온다. 하지만 작용은 반드시 반작용을 낳는 법.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거친 행보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탈(脫)달러' 연대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중국은 금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통화 '유닛(Unit)'을 내세워,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철치부심한다.
유닛은 금 40%, 브릭스(BRICS) 5개국 통화 60%를 기반으로 한다. 브릭스의 화폐인 브라질 헤알, 중국 위안, 인도 루피, 러시아 루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가 같은 비율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 국가들도 관심을 보인다. 중국은 미 국채를 내다팔고, 금 매입에 혈안이다. 금을 많이 보유할수록 유닛 시스템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지난 연말 기준 2천305t가량. 하지만 실제 보유량은 5천500~1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도 금 매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수년 새 국제 금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트럼프의 방해 공작도 만만치 않다. 그는 "달러를 대체하려 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으며 달러 패권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상황은 트럼프의 구상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외려 그의 자국 이기주의 정책이 달러 위상 약화를 재촉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조차 최근 EU에 미 국채를 대체할 수 있는 공동 안전자산 발행을 주문할 정도다. 신생 통화인 유닛의 등장이 달러 패권의 파국을 알리는 징조인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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