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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돋보기] 머지않아 벌어질 인간과 AI·로봇의 일자리 싸움…‘김 부장’ 보호법 나왔다

2026-02-13 14:25

AI 노동시장 충격 대비… ‘인공지능 기본법’ 개정안 발의
최은석 의원, 정부 기본계획에 ‘고용안정·노동전환’ 의무화 추진
기술 진흥 중심 현행법 보완, 일자리 위협 대응할 법적 근거 마련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의 인공지능 기본법 개정안 관련 AI 생성이미지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의 인공지능 기본법 개정안 관련 AI 생성이미지

"위잉- 철컥." 2036년, 입사 25년 차 베테랑 용접공 김 부장은 요즘 점심시간이 즐겁지 않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목, 유리창 너머 신설 라인에서 돌아가는 '녀석' 때문이다. 사람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김 부장이 젊은 시절 수없이 화상을 입어가며 익혔던 고난도 용접 기술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고 있었다.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다. 24시간 풀가동이다. 김 부장은 자신의 투박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연봉 1억 원을 넘기기까지 흘린 땀방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위의 스케치는 먼 미래의 소설이 아니다. 곧 다가올 현실이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아틀라스의 연간 유지비는 약 1천400만 원 수준인 반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3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도 로봇 한 대가 인간 노동자 열 명의 몫을 더 싸고 빠르게 해치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AI 발 일자리 충격'은 구체적인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업무의 약 2/3에 영향을 미치고,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자동화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역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AI 대체 위험이 크다고 분석하며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통적인 '사'자 직업군마저 안전지대가 아님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최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최 의원실 제공

문제는 현재의 법과 제도가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 기본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AI 산업의 '진흥'과 '기술 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술이 가져올 노동 시장의 파괴적 변화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근거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가 움직였다. 국민의힘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의원은 최근 AI와 로봇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인공지능 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술 발전의 과실이 고용 안전망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멀지 않은 미래에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상황에서 그로 인한 충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막연한 공포 속에 놓인 수많은 '김 부장'들을 보호할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가 수립하는 '인공지능 기본계획'에 노동자 보호 대책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환경 변화 대응 ▲국민의 고용안정과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했다.


즉 정부가 AI 기술 확산이 가져올 일자리 지형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AI에 밀려나는 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하는 대신 새로운 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무 전환 교육'을 시키고 '고용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최은석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의 취지에 대해 "사회적 갈등 비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AI와 로봇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외면한다면 현대차 아틀라스 사태와 같은 극심한 노사 갈등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어 "AI나 로봇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혜택이 고용 안전망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대응 근거가 명확해질 것이다. 국민의 권익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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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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